'나는 지금 詩와 열애중이다'
2001.09.01 15:00 댓글쓰기
그 여자의 애인은 詩. 한 편의 詩처럼 살고 수 백편의 詩를 쓰고 있는 여자, 시를 사랑한다 쓰고 지우고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남다른 감성으로 사물을 읽고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들은 모두 詩가 된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단기 입원치료실에 근무하는 오덕순 간호사가 지은「지금 나는 시와 열애 중」즉석시다.

오 간호사는 20년 넘게 성모병원에서 근무한 58년 개띠 미혼여성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직 어깨를 기댈 애인조차 없으면서도 그녀는 열애에 빠져있다.

가끔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의 권유로 맞선을 보기도 하지만 지금 그녀의 관심은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가슴을 울리는 시를 쓰는데 쏠려있다.

그래서 그녀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열애가 결실을 맺어 어엿한 '시인'으로 등단하는 것을 소망한다.

간호대를 졸업한 뒤 방송대 국문과를 거쳐 경희대학원 의료행정학을 전공한 병원행정정보 석사의 경력이지만 시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5년째 동아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으면서도 기회가 닿으면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오 간호사.

초등학교 시절부터 습작을 시작한 오 간호사는 83년 간호문학상 시 부문 당선을 시작으로 다수 입상한 경력이 있다.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작품만 해도 300편이 넘는다.

오 간호사는 등단에 성공하면 이들 시를 모아 시집도 낼 계획이다. 그녀는 "평상의 마음에서 내면세계를 표현하다보면 마음의 평화가 느껴진다"면서 "글이 좋아서 쓰기 시작해 이젠 떼어낼 수 없는 나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환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간호사였다는 평가도 받고 싶지만 먼 훗날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시를 남긴 인물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솔직한 바람이다.

물론 그녀와 그녀의 시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비록 혼기를 놓치긴 했어도 듬직한 남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오간호사는 "조건이랄게 뭐 있나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와 내 시를 사랑할 수 있는 바위같은 그런 남자라면 좋겠네요." 소박하지만 뜻이 통하는 그런 남자를 원한다는 오간호사의 바람이 올해내 이뤄지길 바란다.

안창욱기자(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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