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여 의보통합시대 제역할 찾아라'
2001.08.25 15:00 댓글쓰기
"의료보험이 통합되고 사회보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서로 희생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없어요. 모두가 책임지는 공적체제에 정당하게 들어오려면 의사들이 먼저 자기역할을 찾아야죠"

전국사회보험노조 김위홍 위원장은 의료계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위해선 "의료의 공공성에 의사들도 동의하는 지 아니면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지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의료보험 통합의 완성과 의료의 사회보장성 강화라는 두가지 입장을 견지했다. 건전한 시장이 형성되도록 의료계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어떤 의사는 부당청구해서 3,000~4,000만원 벌고, 어떤 의사는 월 500만원밖에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이럴 경우 건전한 의료시장이 무너져요."

그는 수가와 관련 "가격결정의 문제는 함께 풀어야할 테마”라며 "먼저 병원경영에 투명성이 전제되고 사회적인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부당청구가 만연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수가결정은 것은 힘들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신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는 일부 대형병원이 직영 도매회사를 세워 부수적인 이익을 챙기는 천민 자본주의식의 비정상거래까지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단지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부당청구만이라도 근절돼야 의료의 공적기능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요양기관의 연간 부당청구액은 1조5천원. 전체 급여비의 10%를 넘는다.

"몇개 병원 데이터를 표본조사한후 이를 전체로 환산해보니 연간 1조5천억원이 나온 겁니다. 부당청구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르다 보니 거친 계산법이지만 일단 발표한 것이죠.”

그는 따라서 앞뒤로 새고있는 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보험자가 자기역할에 충실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힌다. 특히, 심평원의 실사기능과 심사기능은 당연히 공단내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재정 누수와 부당청구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심평원이 공단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따로갈 이유가 없어요. 심평원의 애매한 위치 때문에 오히려 정부와 의약단체들에게 끌려다니고 있어요."

그는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와 여론의 견제와 감시기능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심평원이 독립의 길을 가기보다 오히려 소외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험자는 단순한 자격관리와 징수기능만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보험료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왜 돈받아 가느냐고 따지면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는 겁니다. 게다가 제대로된 자료와 기준도 없이 의료계와 수가를 계약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는 그렇다고 의사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위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일에 종사하는 의사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에서 나오는 의견의 차이는 얼마든지 인정합니다. 서로 적대적인 위치에 있더라도 충분히 대화하면 풀리니까요. 다만 사회보장성이 강화되는 방향에 공감 하느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는 의료계가 이런 입장에 동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의사협회장이 직선으로 선출되고 집행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의협을 방문할 계획이다.

의료보험 통합의 완결과 의료의 공적기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6,000여명의 직원들이 소속된 공단내 최대 노조인 사회보험노조의 김위홍 위원장. 그는 노조활동으로 구속과 해고, 복직을 반복했다.

그의 사회보장론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으로 다가가야지 또 하나의 세금이라고 느꼈을 땐 이미 실패했다"는 것이다. 국민적인 합의를 강조한 대목이다.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선 어느 기관, 단체보다 고민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회보험노조. 그곳의 수장인 김 위원장. 그의 바램과 주장을 의료계가 수용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 진다.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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