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사명에 충실'
2002.02.02 15:00 댓글쓰기
신경숙의 단편소설 '베드민턴 치는 여자'에는 세상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당하는 한 여자의 일생이 펼쳐진다.

'오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또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세상의 남자들로부터 철처하게 배신당하고 서울 광화문 어느 거리를 저녁 무렵 드리워지는 어둠처럼 그렇게 떠돌게 된다.

지난해 사법 연수원을 졸업하고 정식 활동을 시작한 손명숙 변호사는 베드민턴 치는 여자처럼 고단한 삶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자들의 편에 서서 세상의 작은 목소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는 흔히 떠오르는 강경한 이미지의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오히려 '말줄임표' 같은 그런 느낌의 사람이다.

그는 현재 분당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한 베드민턴 클럽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너무 단순한(?) 편견일지 몰라도 베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하는 변호사는 얼핏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베드민턴 치는 여자' 손명숙 변호사는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지녔다.

지난 91년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93년 3월까지 서울중앙병원에서 2년간 간호사로 근무했다.

"약 2년간 서울중앙병원에서 회복실과 심장계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내내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환자들만을 상대했습니다."

그가 간호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택한 이유는 전혀 극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무심'하게 꺼내놓는 그의 말투 때문에 오히려 듣는 이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내내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3교대로 이어지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의료계 풍토등……, 그래서 뭔가 새로운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변호사였습니다."

지난 93년 간호사를 그만둔 그는 같은 해 중앙대 법대에 편입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이전까지 변호사를 만난 적도 없고 사법고시가 그렇게 어려운 시험인줄 몰랐어요. 그냥 붙으라고 있는 시험이지 떨어지라고 있는 시험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누구나 붙으라고 있는 시험'에 도전해 2번의 실패를 맛보고, 마침내 3번째 도전에서 당당히 합격해 현재 의료·가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의료분쟁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의료소송은 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등 관련 자료 일체를 받아내기 어렵고, 다른 사건에 비해 소송기간도 길기 때문에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는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향후 병원 이용에 따른 환자의 권리를 찾기와 함께 의사, 간호사등 의료인의 권익보호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의료법은 누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라는 변호사의 기본적인 사명에 충실해 늘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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