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1위 서울아산이 가고자 하는 길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2017.10.10 05:17 댓글쓰기

"한국형 닥터왓슨 개발해서 환자 치료하는게 우리 책임"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암 치료의 근간인 수술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며 국내 고난도 암수술 실적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암통합진료시스템을 구축했고 2012년에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하는 등 국내 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약 2만 건의 암수술을 했는데 이는 전국 암 수술의 1/10에 달할 정도로 서울아산병원의 실적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미래의학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인 유전학, 암면역,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암치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9월1일 암병원 심포지엄에는 미국 '시티 오브 호프' 병원의 제임스 마이저 교수(인공지능), 호주 가반 연구소의 마야 칸사라 교수(암면역), 프랑스 구스타프 루시 암 연구소의 파브리스 안드레 교수(유전학),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 제니퍼 그란디스 교수(정밀의료) 등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지론을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여기에다가 의료 빅데이터 종합센터를 구축,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가며 암치료 분야에서 한걸음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현재 암병원장을 맡고 있는 유창식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미국 왓슨 도입 아닌 한국형 도전


지난해 말부터 미국 IBM사의 의료용 AI인 '닥터 왓슨'이 국내 병원에 적용되면서 화두에 올랐다. 왓슨이 갖고 있는 수많은 환자의 빅데이터(건강 상태,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를 활용해 임상에 접목할 수 있으면서다.


서울아산병원도 지난해 왓슨 도입을 검토했으나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 다를뿐더러 암수술 실적으로도 이미 암 분야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8407건)와 MSKCC 암센터(9191건)를 능가한 만큼 독자적인 '한국형 왓슨'을 개발하는 것이 국내 환자에게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우리는 의료현실이 미국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한국형 왓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왓슨은 미국의 메이저 암센터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다. 마이너 암센터나 지역병원에서 참고하라고 만든 것"이라며 "유전자정보를 이용하는 IBM 시스템도 시연해봤으나 추가적인 정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전체 암환자의 10%를 치료할 정도로 가장 많고 데이터도 미국보다 많다. 우리의 임상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한국형 왓슨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그것이 우리 책임이고 목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나아갈 길"이라고 역설했다.


 


◆ 의료 빅데이터 종합관리센터 출범···국내 병원계 선도


왓슨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갖고 있는 다량의 정보, 의료 빅데이터 때문이다. 이처럼 빅데이터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방대한 의료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암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이 앞장 서서 빅데이터 종합센터를 설립, 운용한다는 것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과의 경쟁을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국가중앙암등록본부에 있는 국내 암 통계는 정확하지만, 환자나이·암종류 및 기수 등 기본적인 데이터"라며 "이 정보로는 제대로 연구가 안 된다. 요즘 암 연구는 임상뿐만 아니라 유전학, 분자생물학 등이 겸비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하지만 이같은 데이터를 갖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라며 "계속 새로운 데이터를 집어넣고 환자가 재발하고 사망한 정보가 갱신돼야 하고 매년 새로운 환자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개인정보 보호법때문에 환자 익명화 등 복잡한 문제, 전산구축, 소프트웨어 개발 등 유지하는데 엄청난 인건비가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수익이 되지 않아 어느 병원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지난 1년간 후원금을 모아 올해 데이터센터를 출범했다. 의료기관이 처한 열악한 수익구조 속에서도 빅데이터가 앞으로 창출할 부가가치를 고려한 결단인 셈이다.


유 원장은 "미국의 큰 병원을 가면 임상데이터 관리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통계학자 수백명이 일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통계하는 전문가들이 해야한다"라며 "우리도 선진의료로 가려면 갖고 있는 소중한 임상데이터를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임상을 할 때도 조직이나 혈액만 있어선 안되고 임상데이터가 있어야 비로소 부가가치가 몇 배 높아진다"며 "모든 병원이 다 알고 있고, 장기·조직은행 등을 다 갖추고 있으나 제대로 관리되고 임상데이터가 접목돼 있고, 시스템을 갖춘 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가령 지금은 수술하기 위해 컴퓨터 화면을 켜면 환자의 조직이 우리 조직은행에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갖고 있는 자료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며 "앞으로는 의료기관이 그런 곳에 고민도 하고 투자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암수술 독보적 비결? "통합진료시스템 그리고 의사들 자부심과 책임감"


암 치료 분야에서 서울아산병원은 이른바 '수술 잘 하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중증도가 높아 다른 병원이 수술하기를 꺼려하는 환자에 대한 수술도 도맡다 보니 암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란 입소문이 날 정도다. 2만여명의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서울아산병원이 암수술을 선도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유창식 암병원장은 첫째로 서울아산병원이 운영하는 통합진료시스템을 꼽았다.


유 원장은 "암은 외과의사 혼자 수술하고 치료하는 병이 아니기에 다른 협진 시스템, 통합진료시스템 등 새로운 치료에 대한 투자여부가 치료성적 향상에 작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병원이 운영하는 통합진료시스템은 국내에서 가장 잘 되어 있고 지금도 잘 갖춰져 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의사들이 희생해야 함에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료시스템은 암 환자 한 명이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암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각각을 담당하는 암 치료 전문의 모두가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 최고의 맞춤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시스템으로 암 치료를 받을 경우 진료대기 일수를 감안할 때 환자들은 최소 1개월에서 수개월까지 여러 진료과와 검사실을 오가며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통합진료센터에서는 각 분야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료 계획을 결정하기 때문에 암 환자가 첫 외래진료를 받은 후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기까지 빠르면 2~3주면 충분하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치료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전이·복합·재발성 암에 특화된 맞춤형 통합진료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대장암 간 전이팀·대장암 폐 전이팀·골반종양팀·난치성 재발성 부인암팀을 시작으로 향후 여타 암 통합진료 분야에도 순차적으로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유 원장은 이러한 시스템적인 요소 외에도 일선에서 뛰는 의료진의 자부심과 책임감 등 정신적인 면이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은 서울대나 연세의료원과는 다른 출범이었으나, 지금은 우리나라 의료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매우 크다"며 "외래환자가 매일 1만2천명 이상 방문하는데 이는 직원들의 열정과 프로정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식 병원장은 그러면서 "서울아산병원이라는 자부심, 외과의사는 이것이 더 크다. 서울아산병원 성과의 대부분은 외과가 만들었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라며 "우리가 못하면 어디서도 못한다. 'The last resolve', 즉 최후에도 살려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은연 중에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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