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던 인공지능(AI) 이슈가 의료와 접목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를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 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학계는 구체적인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깊은 고민과 함께 의료기관과 발을 맞춰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닥터앤서)’의 임상 적용 선포식을 갖고 다시금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이 선포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정밀의료 서비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닥터앤서는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연계·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는 질병 예측·진단·치료 등을 지원하는 한국형 정밀의료 서비스다.
사업추진단은 총괄 주관 기인 서울아산병원이 주축이 됐다.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장 김영학 교수는 지난 2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수도권 및 권역별 거점 병원 등 총26개 의료기관과 뷰노,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라인웍스, 3Billion 등 22개의 정보통신기술·소프트웨어 기업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닥터앤서는 2018년부터 3년 간 총357억원(정부 280억원, 민간 77억원)을 투입, 다양한 의료데이터(진단정보·의료영상·유전체정보·생활패턴 등)를 연계·분석해서 개인 특성에 맞춰 질병 예측 및 진단·치료 등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조만간 소아희귀유전질환·심뇌혈관·치매 3대 질환 관련 8개 소프트웨어(SW)로 전국 11개 병원에서 질환별로 나눠 임상을 시작한다.
"참여 기업 이익 보장·의사들 적극적 참여 중요"
"일부 신중 의견 있지만 관련 수가 책정 빨리 진행돼야"
관건은 기업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이익 창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김 교수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수가 책정에도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일각에서는 닥터앤서라는 획기적인 모델의 적용도 중요하지만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수가 책정은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반면, 이미 데이터 전산화가 이뤄진 상태라면 수가를 개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데이터와 기술력을 동시에 가진 나라다. 디지털화된 의료데이터 양은 충분한 수준”이라며 “다만, 수가 책정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과 함께 사업추진단은 심장질환·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뇌전증 등 나머지 5대 질환 관련 13개 SW도 20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임상적용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도 협의를 진행해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유관 학회와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김 교수는 “가령 같은 단어를 쓰는데도 서로 다투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더 이상의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하지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합치된 의견을 내놓는 일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예측·분석·진단·치료·예후관리 등 단계별 AI 소프트웨어 개발 후 현재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 중인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연계해 한국형 정밀의료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후 2021년까지 국내 주요 병원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인간 의사가 진단하지 못한 증상의 새로운 발견과 해석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26개 병원이 닥터 앤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AI를 통한 의료 표준화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