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비약적 발전, 의학자 노력과 신약 개발 덕분'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2021.11.15 05:41 댓글쓰기

매년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암중의 암(癌)’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고 발견이 쉽지 않은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였다. 동시에 최근에는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3~1995년 12.5%에 불과했던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4년~2018년 32.4%까지 향상됐다. 이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과 함께 폐암환자 치료에 전력해온 임상현장 의학자들의 헌신과 공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데일리메디가 폐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 대학병원 교수 6명을 만나 국내 폐암환자 추이 및 현황, 국산신약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 정부 정책 지원과 제도 개선 목소리를 담았다.[편집자주]


1)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2)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3)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4)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5)한지연 국립암센터 최고연구원
6)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폐암 생존율은 지난 1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5%를 넘기 어려웠던 ‘4기 폐암’의 5년 생존율이 현재 20%에 이르게 됐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를 이끌고 있는 조병철 센터장(종양내과 교수)은 “폐암 치료의 비약적 발전 이유는 무엇보다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약제 개발에 힘입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폐암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는 암 치료기관 중 하나다. 1년이면 1500명이 넘는 환자가 등록돼 100여개 신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 중이다.


조 센터장은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들보다 월등한 임상의 양과 질을 보여준다”면서 “최근 폐암 치료제 개발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고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폐암 치료제 개발 역사에서 지난 10년간은 가장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시기다. 이 같은 신약 개발에 힘입어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은 크게 좋아졌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1세대에 이어 2세대, 3세대, 4세대까지 개발됐다. 면역항암제가 등장했으며,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병용요법이 제시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있어 폐암 분야에서 눈분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폐암의 생물학적 특성과 연관이 깊다. 폐암은 진단 당시 4기가 많고, 조기 진단됐더라도 재발이 흔한 특징을 가진다.


폐암은 여러 표적이 발견되고 있는데다 면역항암제에 반응한다. 상당수 폐암환자들은 진단 당시 4기에 이르러 여러 신약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조 센터장은 “약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용됐던 치료제, 특히 일반적인 세포살상 항암제나 방사선치료, 수술과의 병용치료를 통해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시도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신약 개발 구축 인프라 등 정부 적극 지원 필요"
"이미반타맙‧소토라십 큰 기대, 렉라자는 국내 항암제 개발사(史) 쾌거"


“폐암에 있어 최근의 화두는 역시 표적치료제”라며 조병철 센터장은 임상 현장의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약물로 올해 미국에서 승인받은 두 가지 약제를 꼽았다.
 

먼저 EGFR 엑손20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전세계 최초로 승인 받은 ‘아미반타맙’이다. 이는 기존 표적치료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이다.


아미반타맙은 이중 항체 치료제인데, 특이하게 두 개의 결합 부위가 있다. 하나는 EGFR과 결합하고, 하나는 C-MET 수용체와 결합해 기존 항암치료에 실패한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KRAS 종양유전자 발견 이후 지난 40여 년간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수많은 제약사들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지만, KRAS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은 성공하지 못했다.


폐암의 경우 가장 흔한 비소세포폐암 중 KRAS 유전자 변이 발생 비율이 서양인 기준 약 25%에 달해 EGFR 변이 다음으로 흔하게 보고돼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소토라십’이 폐암에서 승인되면서 극복 가능성이 열렸다.


조병철 센터장은 “이곳은 많은 바이오사 및 제약사의 약제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국내 여러 중개연구 선두주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유한양행 ‘렉라자’ 사례를 언급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가 총괄 지휘한 렉라자는 지난 2015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이후 올해 식약처 승인에 이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조 센터장은 “타그리소가 유일한 3세대 EGFR 포적치료제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면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많은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개발에 성공한 쾌거”라고 강조했다.


렉라자 성공에 힘입어 현재는 많은 바이오사들이 항암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타그리소에 내성이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브릿지바이오의 BBT-176, 새로운 개념의 GI이노베이션 GI-101 임상을 이곳 센터에서 수행 중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갖춰 제약강국 도약하면 약가 부담 해결책 될 수 있어”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이지만 한달 수백, 수천만원이라면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진다. 높은 약가는 환자들도 걱정하지만 아니라 일선 의사들의 근심도 커지게 한다.”
 

조병철 센터장은 혁신적인 신약개발과 함께 높아진 약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 해결책으로 제약산업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세금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국가 재정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이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나라가 제약 강국이 되는 길 밖에는 없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 측면에서 유한양행 국산 폐암신약 렉라자 등장은 전세계 독점권을 가진 타그리소에 대항마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국산신약이 나와서 제2의 렉라자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약품에 대한 많은 재정 투입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제는 우선적으로 보험 약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약제는 어떤 것이냐’를 확인하는 논의구조를 만들어 우선적으로 보험 선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센터장은 “이는 제약사가 아닌 우리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기존 약제를 뛰어 넘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활성화에 대해선 ‘생태계 완성’을 언급했다. 조병철 센터장은 “전이암이나 4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결국 신약”이라며 “많은 난관 극복을 위해선 전문가들이 하나의 울타리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생태계가 갖춰져야 신약개발이 원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 같은 근거로 시스템이 확립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혁신 신약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을 제시했다.


조병철 센터장은 “우리도 하루빨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의료기관에 신약개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적극적인 중개연구 및 전임상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혁신적인 새로운 개념의 신약 개발을 위한 진보적인 디자인 연구들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임상시험을 승인하는 정부당국도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서 제도 및 절차 간소화 등을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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