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 높은 교정시설 확진 차단 총력'
최세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2020.03.21 04:5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좁고 밀폐된 공간에 여러명이 생활하는 교정시설은 코로나19가 퍼지는 데 사실상 최적의 공간이다. 면역체계가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수감자들이 많을 수 있어 감염되면 예후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550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최근 많은 확진자와 높은 사망률로 손에 꼽히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는 면회를 금지, 공간을 전격 봉쇄하거나 다수 수감자를 임시로 출소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정시설 3곳에서 총 11명의 교도관과 수감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집단감염 우려까지는 아직 아닌 상황이다. 코로나19 최전방 지역인 대구 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세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에게 교정시설에서의 코로나19 대처 현황 등을 들었다.[편집자주]

서울구치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최세진 부회장은 교도소에서 수년간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경험을 인정받아 지난 3월 9일 대구교도소로 발령, 배치됐다.

현재까지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과 수감자는 총 11명. 이 중 과반수 이상인 7명은 대구 소재 교정시설 소속이다.

최 부회장이 일하고 있는 대구교도소에서는 교도관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대구구치소에서는 교도관 1명, 조리사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외에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교도관 1명, 김천교도소에서 수용자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정시설에서의 최초 감염자는 비교적 외부와 접촉이 많은 교도관 등 직원뿐만 아니라 수용자 또한 가능하다.

재판에 출석하거나 다른 교정시설로의 이감이 이뤄지고 건강상 이유로 외부 병원을 방문하는 등 외부 접촉 경로는 많다는 설명이다.

김천교도소에서 최초로 감염된 수용자의 동선이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 최 부회장은 “외부에서 감염된 후 잠복기를 거치는 등 가능한 많은 예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외부 감염원 유입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신질환, 기저질환 등을 가진 다수 수용자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생활하는 교정시설에서는 특히 집단 감염 위험이 크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소수 감염 사례는 나왔지만 집단 감염 위기는 수월하게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을 전격 시행 중이다. 우선, 수용자들의 이동과 외부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이는 상황이다.

최세진 부회장은 “한국 교정시설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철저히 임하고 있다. 수용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이감하거나 방을 바꾸는 것, 모여서 운동하는 것 등을 최대한 제한하고 있다. 신입 수감자는 격리기간인 14일 동안 독거 수용 기간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수용자들에 대한 체온 체크 조사는 매일 최소 1번씩 진행된다. 37도 이상의 수용자가 발견될 경우 밀접관찰을 하거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실시한다.

교도관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모든 교도관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방문하거나 휴게실을 이용하는 것, 대구 등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많은 지역에 출퇴근하는 것 등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식당에서도 마주보지 않고 일렬로만 앉아 식사를 하도록 권장하거나 아크릴 판막을 설치해 상호 비말이 전파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업무 늘었지만 감수해야 할 부분, 교정시설만의 특수성 이해해야”

최세진 부회장은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자가격리로 발생한 의료진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내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줄곧 일해온 최 부회장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다루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업무 부담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우선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벗어야 하고 양성 가능성이 있는 자들과 계속해서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의료인력이 부족했던 교정시설에서는 기본 진료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업무 로딩이 증가했다.

최 부회장은 “모든 교도소에서 비상이 걸려 주말에 일하는 것은 예삿일”이라면서도 “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교정시설에서의 코로나19 대처법에 대해서는 교정시설만의 특징에 맞춰 전략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부회장은 “무증상자 검사 등 방역은 각 교정시설의 역량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모든 수용자들을 전수조사할 순 없다. 의심환자 격리수용부터 시작하는 등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정시설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의료인이 유입될 때에도 시설에서 기존에 행하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세진 부회장은 “교정시설에서 일한 적 없는 바깥의 분들이 교정시설에 들어올 때 주의해야 한다. 개별시설의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외부에서 하는 식으로 검체 채취 등을 지시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가용 행정인력, 의료인력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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