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파견 공보의 '힘들지만 젊음을 국민에 투자 보람'
정상원(경남 함양군보건소 소속)
2020.03.02 05:44 댓글쓰기
사진설명: 대구 달서구에 파견된 경상북도 함양군보건소 소속 정상원 공보의.[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3월1일 기준으로 해당 지역 누적 확진자는 3083명에 달했다. 확진자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서는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확진자 검체채취 등을 위해 대구·경북에 공중보건의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공보의 1차 파견 당시부터 투입돼 활동하고 있는 경상남도 함양군보건소 소속 정상원 공보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그는 대구시 달서구 대표 공보의로 활동 중에 있다. [편집자주]
 
아침 7시 30분. 정상원 공보의의 만만찮은 하루가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세면을 마친 이 씨는 일정 조율, 공보의 건의사항 등 보건소에 전한다. 검사 대상자에 대한 명단을 건네받고,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동선을 정한다.
 
정 공보의가 속한 검체팀은 공보의 1명, 보조사 1명, 운전기사 1명 등으로 3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대상자 1인당 총 소요 시간은 30~40분 정도 걸리고, 여기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추가된다. 검사 대상자 집 인근에 도착한 검체팀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방역복으로 갈아입는다. 주민들 눈에 띄면 괜한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10여명 검체 채취···주민들 불안감 안주려 비상계단 등서 방역복 갈아 입어 
 
방역복을 입은 후 바로 검사 대상자 집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정 공보의는 전화를 걸어 대상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격리 대상자인 경우 해당 방에 있으라고 안내하고 가족이 문을 열도록 한다. 검체팀이 집 안에 진입할 시 아무 말도 하지 말 것도 당부한다.
 
검체팀이 검사 대상자의 집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업무外 활동’은 계속된다. 주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민들이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 탓이다. 이들을 안심시키는 일도 정 공보의의 몫이다.사진설명: 정 공보의와 같은 팀인 간호사가 방역복으로 환복하고 있다.
 
가끔 주민들을 마주치면 정 공보의는 “보건소에서 감염관리를 위해 온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그러면 주민들도 “고맙다” “고생 한다” 등 인사를 건넨다.
 
검사 대상자 집에서는 예기치 못 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대상자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검사를 받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자가 격리 생활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한 가족이기 때문에 자가 격리 수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탓이다. 정 공보의는 “가족들이 무감각하다기 보다는 보름이라는 기간이 좀 긴 듯한데, 가족들에게 전파될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마친 후 보조인력은 검체가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검체팀이 입었던 방호복 등 보호 장구는 밀봉한다. 채취한 검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까지가 검사 대상자 1명의 검체채취 과정이다. 이렇게 5가구의 검체채취를 마치면 대략 점심시간이 된다. 보통 오후 1시 30분경이다.
 
이렇게 이 공보의 팀은 하루 10명 내외의 검체를 채취한다. 정 공보의는 “반복적인 노동을 하다보면 피로감이 많이 쌓이는데, 이것은 정신적인 피로”라며 “예를 들어 방역복을 입고 벗고 하는 과정에서 손을 소독한다랄지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정확한 탈의과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피곤이 쌓이다 보니 나오는 일종의 해프닝이다.

"나는 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님이 걱정이 많아 매일 안부전화 하신다" 
 
다행히 장갑·고글·방호복 등 보호 장구는 부족함이 없다. 각지의 성원이 더해져서다. 정 공보의는 “타 구(區)는 모르지만 달서구에서는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일이 예상보다 늦게 마칠 때면 김밥 등 간식이 제공된다.
정 공보의의 공식적인 하루 일과는 오후 6시 이후 끝난다. 하지만 업무가 남아 있다. 대구지역 각 구의 대표 공보의들과 대화방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당일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해 보건소에 전달한다. 이 모든 과정은 문서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게 정 공보의는 자정을 넘어선 시각에 잠자리에 든다.
 
그렇다면 험지(險地)에서 정 공보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에 대한 가족의 걱정이었다. 정 공보의는 말했다.
 
“저는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데, 가족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아요. 특히 어머니께서는 전화나 문자로 매번 안부를 물으십니다. 물론 공보의가 농어촌 지역에서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시간을 국민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타지에 나와 있는 저보다 부모님 건강을 먼저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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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03.02 07:57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정말로 많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이지나 03.02 05:58
    공보의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의 응원과 성원 드려요.  여러분들의 헌신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인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도 편지와 후원 참여했습니다. 

    대구경북 주민들, 의료진, 공무원들 모두 건강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