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검사 새 패러다임 제시, 국민 건강증진 기여'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장
2019.07.29 05:58 댓글쓰기

지난 2017년 건국대병원은 국내 병원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병리검사실(Liquid Biopsy Lab)을 개소했다. 액상병리검사는 조직 검사와 같은 침습적 방법으로 얻은 생검 조직이 아닌 혈액과 같은 체액에서 DNA를 분리해 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검사 시간이 짧고 방법도 간편해 환자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세계 최초로 폐암환자의 체액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체 DNA를 이용해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을 신속·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은 건국대병원만 제공하는 검사법이다. 차세대 정밀의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건국대병원의 중심에는 폐암진단 검사 관련 특허만 3개를 취득,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이계영 정밀의학폐암센터장[사진]이 있다. 그를 만나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폐암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폐암진단 특허만 3건을 획득했다. 특허 내용 소개 부탁.

첫 번째 특허는 2018년 12월 발표했다.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체(나노소포체) DNA를 이용해 EGFR(표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EpithermalGrowth Factor Receptor)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올해 6월에 추가로 특허를 2건 더 냈다. 첫째는 ‘혈액에서 분리된 세포외소포체 분석을 통한 폐암 진단, 약제 반응 및 예후 예측용 조성물’이다. 혈액으로부터 세포외소포체 DNA를 분리하는 조성물과 키트, 분리된 세포외소포체 DNA를 분석하는 조성물과 키트로, 이를 통해 폐암 진단과 표적항암제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둘째는 ‘세포외소포체 핵산 추출용 세포외소포체 용해 버퍼와 이를 이용한 핵산추출법’이다. 세포외소포체에서 핵산을 추출하기 위한 세포외소포체용 용해 버퍼와 이를 이용한 핵산 추출법 내용을 담고 있다. 폐암 표적치료를 위한 표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 액상생검(LiquidBiopsy)의 경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럽 분자유전학질 관리 네트워크'(EMQN)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표적항암제 내성 생기고 조직검사 여러차례 하다 보면 합병증 부작용 우려, 액상생검 대안 부상"
"액상생검은 기존 검사법 대비 1일정도로 매우 신속하고 폐암학회 교수들도 인정하는 분위기"
"우리나라 의사들 기초의학 관심 많은데 현실이 뒤따라주지 못한 환경 안타까워"

 

Q. 정밀의학 분야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참신한 특허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

폐암 환자의 전체 80%가 3~4기에서 발견된다. 어떤 형태로든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전통적인 면역항암제가 나와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약을, 정확한 시점에 환자에게 쓰는 것이다. 정밀의학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환자의 폐암 분포를 보면 대부분 EGPR 돌연변이다. 이런 경우에는 표적항암제가 잘 되어 있다. 그런데 EGPR 돌연변이는 대부분 조직검사가 어려운 말초부위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밖에서 침습적인 방법으로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표적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한 경우에 제2, 제3의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액상생검이다.
혈장, 기관지세척액, 소변과 같은 환자의 액상 검체 내에 존재하는 암세포 유래 DNA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기존 검사법이  10일 정도 걸리는데 액상생검은 하루 정도만 소요된다.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하기도 전에 세포조직검사가 먼저 나오는 것이다. 매우 혁신적인 유전자 진단법이다. 모든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검사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식품의약안전처 허가 임상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 검사는 굉장히 까다롭다. 검사를 위한 근거 논문을 준비했는데 평점이 매우 높다. 지금 두 번째 논문도 심의 중이다. 폐암학회 교수들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기쁘다.
 

Q.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검사법이다. 앞으로 활용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최근 벤처창업을 했다. ‘엑소 시그널’이라는 이름의 법인이다. 건국대학교 의생명연구동과 함께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많은 회사에 소개해 진단법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싶다. 보편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확신한다. 다만 이 액상생검은 현재는 건국대병원에서만 가능한 기술로 생각된다. 특히 나노베지클을 분리하는 기술이 쉽지가 않다. 분리에 성공하더라도 핵산을 덮고 있는 이중막을 깨야 한다. 잘못하면 핵산이 깨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막을 깨고 추출하는 용해액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용해액 구성 ‘노하우 레시피’가 있다. 우리 센터의 또다른 ‘자랑 기술’이다. 액상생검과 관련해서는 기존 혈액에서 추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침과 소변에서 추출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소변은 비뇨기암에서 굉장히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다. 침의 경우 위암이나 췌장암 검사에 용이할 수 있다. 아직은 아이디어 착안 단계다.
 

Q. 특허를 내기까지 말 못할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폐암 진단계의 ‘개척자’로서 학계에 한마디 전한다면

-무엇보다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진 후배 연구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열망이 있는 후배들을 보며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계 전체 분위기에 관해서는 아직 ‘퍼스트 무버’보다는 ‘패스트 팔로워’를 지향하는 모습이 없잖아 잇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선도적인 도전정신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천적인 의문에 질문을 던지고 창의적인 답변을 치열하게 고민했을 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수들은 모두 기초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 이런 교수들이 좀 더 용기내서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기초학문에 투자할 수 있는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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