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살해 20대…법원 '구치소 아닌 병원서 먼저 치료' 결정
보석 결정 후 치료구금...'치료적 사법' 시도 방침
2019.06.21 17:1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신질환자인 강력사범에 구치소로 보내지 않고 우선 병원에 구금해 치료를 받게 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5)씨의 항소심에서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린 후 이 씨가 의료기관의 치료를 받게 하는 치료구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치료적 사법’ 내지 ‘회복적 사법’을 시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같이 결정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구치소에서 피고인의 상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치료감호나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처벌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 씨는 모친이 샤워하는 동안 집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채무에 대해 어머니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자 어머니를 살해하고 본인도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으나, 자살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씨 사건의 범행 동기나 전후 상황 등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판단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된 한국법심리학회장인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이 씨를 면담하도록 한 뒤 선고 당일 재판부에 의견을 진술했다.
 

조 교수는 "피고인을 지난달 24일 심층 면담하면서 피고인의 정서적인 불안정함이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과의 갈등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고인이 정신과 진료 때 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받았고, 약물치료도 일시적으로 받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생각된다"며 "멍한 상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는데 피고인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정신상태, 즉 일종의 해리 증상 비슷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였느냐"고 묻는 질문에 조 교수는 "피고인이 범행 전후에 '가슴은 차 있고, 머리는 텅 비어있고, 붕 떠 있고' 이런 느낌을 얘기했는데 이는 해리 증상을 묘사하는 것과 상당히 부합한다"고 답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 씨는 일단 구치소를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날 심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곧 선고기일이 잡히고 1심 판결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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