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최근 제일병원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이 인가했다. 금년 1월 법인회생절차에 접어든지 8개월 만에 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뤄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1호 여성전문병원이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일병원 재건 소식을 기쁘게 전해들은 이들은 또 있다. 경영난이 심화되던 시기에 피치 못하게 병원을 떠나 다른 곳에 새 둥지를 튼 의사들이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환자를 보고 있지만 친정과 같은 제일병원의 회생 소식을 누구보다 반갑게 전해들었다. 제일병원이 법인회생절차를 밟게 된지 9개월, 이제는 다른 곳에서 자리 잡은 부인암 명의로 알려진 김태진[사진] 교수(건국대병원 산부인과)를 만났다. [편집자주]
김태진 교수는 금년 1월 1일부터 건국대학교병원 여성부인종양센터장을 맡으며 근치수술과 가임력보존수술 등 부인암수술 등을 포함한 여성 전문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건국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태진 센터장은 수술과 진료, 연구활동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제일병원 재직 당시에 비해 수술 타임은 3분의 1 정도로 줄었지만 유휴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김 센터장은 소개했다.
가장 근래 9월 말에는 해외에서 열린 로봇수술학회에 참가했다. 로봇수술기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과 같은 부인암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에서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로봇수술의 경우 수술부위 봉합에서 일반수술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어, 수술 자국에 민감한 여성 환자들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최근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며 “수술법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도 점차 고도화되는 만큼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난소종양과 복강경 수술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자들의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선 의사 스스로 이처럼 최신 술기의 습득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열정이 곧 예전 제일병원에서 봤던 환자들은 물론 새로운 환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김 센터장은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후에도 이전에 맡아 진료했던 환자들은 꾸준히 방문하고 있고 신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도 더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일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실제로 김태진 교수가 여성부인종양센터장을 맡은 이후 환자들이 증가, 병원은 센터 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현재 3개인 검사실을 2배로 확장키로 했고 연말 또는 내년 초에는 신형 질확대경 등 최신 검사기기도 더 늘여놓을 계획이다.
환자들의 높은 선호도와 관련해서 김 센터장은 "솔직하고 쉬운 설명"이라고 명료하게 답했다.
어려운 술기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또 각 수술의 장단점과 부작용을 명확하고 가감없이 설명했을 때 의사의 진솔함이 환자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로봇수술과 일반수술의 경우 봉합과 같은 부수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술 효과와 경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객관적인 선택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최종 선택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맡기도록 한다”고 말했다.
"중증질환도 특화된 서비스 가능, 끈임없는 자기계발과 쉬운 설명으로 환자와 소통"
"산과 수술은 난이도 높은 사례가 많아 의사들도 대처 힘들어, 수가 조정 등 대책 절실"
이제는 새로운 병원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김태진 센터장에게 이전 병원과의 가장 차이점을 묻자 그는 "다학제적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문병원서 했을 때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수술도 있지만 중증질환의 경우 사후관리 등 다학제적 진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대병원의 경우 특히 각 과 간 협진체계가 잘 잡혀 있어 이런 부분에서는 진료 편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센터장은 낮은 출산율 등으로 인해 두드러지고 있는 암울한 산과 미래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유관 학회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저수가 문제는 물론, 위험도가 높은 산과 수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해 정책적 안전망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국내 분만 수가는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산부인과 의원들이 분만수술을 하지 않게 돼 해외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할 지경이라는 얘기도 우스갯소리가 아니다”며 “사회 현상을 고려한 현실감 있는 수가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법원이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 금고형 및 법정구속을 선고한 사건을 언급하며 "현재도 어려운 산과 의사들을 더욱 힘들게 했던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감한 산모와 산아를 다루는 산과 수술은 위험도가 높은 만큼 수술 전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의료진들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사법당국이 의료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산과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의사들의 소극적 진료만을 야기하게 되고 결국 전체적인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