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한 지 이제 20여 일이 지났다.
아직 끝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던 대구 지역 확진자 수는 이제 조금씩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밤낮없이 땀 흘렸던 의료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는 의사들에게 대구로 와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직접 격리 병동으로 가서 환자를 돌본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사진]도 있다.
그는 지난 2월 말 일주일 간 휴가를 내고 대구동산병원 격리병동에 들어갔다. 회진, 검체 채취, 전화 상담까지 개인 병원 일을 제쳐두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다.
이성구 회장은 “공동 운영하는 병원이라 휴가를 내거나 수시로 쉬면서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다니고 있다”며 “지금은 경북대학교병원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격무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 회장 목소리는 코로나19의 불씨가 갓 대구를 덮치기 시작했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의연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스크는 항상 부족하다. 방호복도 소모가 많이 되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다”며 병원 현장에서 체감한 어려움을 얘기했다.
다만, 이 회장은 "현재 생활치료센터는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는 2개의 생활치료센터 내에 500여 명의 환자가 수용돼 있다.
그는 “의료인력도 많이 보충됐고 특히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많이 내려왔다”며 “환자들도 대부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환자들 입장에서는 독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답답할 수 있겠지만 질병 관리를 위해선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료진도 환자들도 다 잘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진료지침 7판에 따라 증상이 없어진 후 5일 정도가 지난 입소 환자들을 대상으로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검사를 진행하고 음성 판정이 나올 경우 최종적으로 퇴소 조치를 하고 있다.
간호사 자원봉사자 많이 와서 큰 도움
생활치료센터 입소 환자 중 일부 완치 퇴소···문제는 입소 거부 환자들
실제로 지난 8일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 경증 확진자 24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치료센터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문제는 오히려 이미 입소해 있는 환자들보다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확진을 받았지만 경증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겠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중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증상이 완화됐음에도 의료진의 생활치료센터 입소 권유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성구 회장은 “본인 부담없이 숙식이 제공되고 집에 있는 것보다 생활진료센터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입소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장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에는 전문의료진이 10명정도 상주, 위급한 경우 병원으로 이송 등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실제로 입소자 가운데 증상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어제 저녁에도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코로나 확산 방지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 건강을 위해서도 자가격리보다는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존에 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들이 퇴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병원에는 경증환자가 있을 필요가 없다. 같은 환자들 입장에서 좀 더 중증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양보해주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일 것”이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끝으로 이성구 회장은 “대구는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모두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온 국민이 힘을 합치고 견디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