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봉직의사들이 야간당직 수당은 물론 당직 후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사용 역시 봉직의들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해 봉직의 과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최근 봉직의 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병의협은 앞서 봉직의들이 과도한 근무시간에 시달리고 있다며 적정 근무시간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도 봉직의 근무환경과 처우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함께 의사노조 설립 필요성을 피력하기 위해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정규근무와 별개로 야간당직을 서는 봉직의는 4명 중 1명 이상(27.78%)이었다. 과별로 살펴보면 외과계열 봉직의의 33.58%가 야간 당직을 한다고 답해 내과계열(25.65%)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야간 당직시 업무는 내과계열의 경우 병동 업무가 외과계열의 경우는 응급실 업무가 가장 많았다.
평균 야간당직 횟수는 일주일에 1.43일이었고 최장 연속 근무시간은 외과계열 40시간, 내과계열 31.08시간으로 평균 34.08시간에 달했다.
야간 당직의들의 71.68%는 야간당직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 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70.67%가 야간당직으로 다음 날 정규 근무에 지장을 받고 있었다.
전체의 60.94%는 야간 당직비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아예 야간 당직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16.31%나 됐다.
병의협은 “의사의 과로는 자신의 건강은 물론 집중력 저하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환자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봉직의들이 당직근무에 대한 합당한 수당을 지불받고 본인과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적정 휴식시간을 보장 받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직의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일수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1년 이상을 근무한 근로자는 80% 이상을 출근했다면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봉직의들은 1년에 9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휴가 일수(8.90일)를 보장 받고 있었다. 이는 봉직의들이 생각하는 적정 휴가일수인 16.85일과는 8일 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의료기관 규모별로 휴가 일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휴가 일수가 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 보다는 많은 편이었지만 평균적으로 1년에 10일 정도였다.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절반 가량인 44.8%(360명)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해 적은 수의 휴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협은 “대부분의 봉직의들은 법정 휴가 일수에 턱없이 모자라는 휴가를 보장받고 있었고, 그 적은 휴가마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절반에 달할 정도로 노동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병의협은 최소한 법에서 보장하는 연차휴가 일수 보장은 강제하는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병의협은 끝으로 “이러한 일을 주도하고 감시할 수 있는 봉직의 자체 조직이 필요하고 그 조직은 병의협과 같은 봉직의 단체와 의사 노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재차 의사노조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