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담병원 의사로서 '자부심과 자괴감'
이현주 서울의료원 산부인과장
2020.07.24 05: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에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정책과 국민 의식, 의료진의 희생 덕분이다. 국가에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의사로서의 자부심만 지킬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현주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후 3월부터 5월까지 약 두 달 동안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며 임산부가 포함된 코로나19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했다.
 

이 과장은 “지난 3월경 환자가 많아져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뿐 아니라 다른 과 전문의들도 격리 병동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병원 방침에 따라 전담병동에서 근무를 시작했다”며 “업무는 주로 입원환자 회진과 코로나 검사, 차트 작업 등이 있었고 임산부 환자의 경우는 초음파 진료를 추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로 인한 더위와 방호복 착용 때문에 환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후반부에는 병동에서 30~50일 정도 격리 상태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심할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보이기도 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 과장은 코로나19 전담병동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환자로 16주 쌍둥이 임산부를 꼽았다.
 

그는 “임신 16주 정도의 쌍둥이 임산부가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 시험관으로 아기를 가져 산모가 태아 안위에 대해 불안이 컸다”며 “격리병상은 음압기가 계속 작동해 에어컨이 나와도 더워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아 초음파 등을 확인할 때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가 비친 다음 날 초음파로 태아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산모가 그제서야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말했다”며 “이게 무슨 재앙인가 싶어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들을 닦지도 못하고 한참 초음파를 같이 봤던 산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국민 협조와 의료진 헌신으로 K방역 성과"

"환자 돌보는데 매진한 의료진, 맥 빠지게 하는 사안들 계속 발생 답답해"
 

이 과장은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등 국가와 국민 모두 의료진 헌신에 감사를 표하지만 실질적인 보상이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는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지구 생태계와 산업체계를 뒤흔든 아주 큰 사건이다”며 “세계 여러 국가 중 K방역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국가 정책이나 산업 기반, 국민 의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진 헌신과 희생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의료원도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모든 진료과 의료진들이 격리 병동에 참여해서 환자 진료에 힘썼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위험수당은 커녕 오히려 월급이 주는 등 의료진을 힘 빠지게 하는 사건들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부모가 서울의료원에 근무하면 그 학생을 학원에 못 오게 해달라는 얘기 등을 여러 군데서 들었다”며 “코로나19로 애쓰는 의료진들을 존경한다 하면서도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에 노출될까 하는 마음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괴감이 느껴졌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어 “국가를 지킨다는 자부심은 자식에게 엄마, 아빠가 병원에 다닌다고 하지 말라는 자괴감으로 바뀌었다”면서 “국가에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자부심만 지키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희망사항을 전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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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우 07.25 14:14
    힘드실텐데도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자신보다도 국민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전해져 하루 빨리 코로나19바이러스 종식될 것이라 믿습니다. 의료진 여러분 모두도 건강하세요
  • 한이 07.25 10:58
    항상 의료진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k방역에서 제일 필요한 사람은 우리 의료진 및 간호사선생님 입니다.

    많이 힘드시고 어려운 시지만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해주시고

    아룰러 그런 노고와 수고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누구보다도 우리국민이 먼저 알고

    감사함을 전할 것 입니다.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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