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심상찮다···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상태 '빨간불'
우울증·불면증 등 피해사례 늘어···WHO, 정신건강 취약계층 분류
2020.05.29 10: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의료진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및 정신건강과 관련한 행동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안과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의료진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의료진을 정신건강 취약계층으로 분류했다.
 

WHO의 정신건강 담당부서 책임자인 데버러 케스텔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곳곳에서 우울증과 불안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 최전선에서 3달 이상 높은 업무강도를 버티고 있는 의료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업무 수행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감염병이 장기화되자 코로나19 간호 현장의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대구광역시의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던 A 간호사는 “D레벨의 방호복을 입고 고글과 마스크를 착용하면 기본적인 감염예방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장시간 근무에 따른 집중력 저하다”며 “극심한 피로누적이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이로 인해 감염 예방의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의료 종사자 및 관련 업무자 등의 대응 인력을 위해 소진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사협회지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는 중국 34개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관한 조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의료진 상당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의료진 대부분이 현장 경험에 따른 트라우마 반응이나 감염 걱정으로 인한 대인 기피증, 죽음에 대한 무력감 등을 앓고 있으며 특히 여성 의료진의 불안, 우울증, 불면증 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 심리지원 시급안정된 국가도 예외 아닌 실정

의료진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지자 미국은 전국 의료 종사자와 응급대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치료사들과의 심리상담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뉴욕시는 의료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줄이고자 국방부와 협력해 1000명의 상담원을 훈련, 트라우마 회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진들에게 무료 상담‧치료를 제공 중이지만 의료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소수의 의료진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의 한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의사들은 자립심이 강해 쉽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런 특징은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안정화된 국가들 또한 의료진의 심리적 고통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성요셉병원 마크 로젠버그 이사장은 “전염병이 진정되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트라우마와 스트레스가 남는다”며 “의료진이 느끼는 허무함이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의료진은 감염 우려가 큰 ‘코호트 격리’ 상태에서 일하거나 의심사례를 접촉한 경우 더 높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이 부족해 감염병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낄수록 두려움이 커진다"며 "국가적 지원이 의료진의 심리적 보호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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