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주치의 개념도 생소한데 주치의제 정착 더 요원'
서울아산병원 김영식 교수
2018.03.07 06:06 댓글쓰기

"어쩌면 5년 후에는 정년으로 더 건강관리를 못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달래려는 작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평생건강관리 개념을 국내 처음 도입하고 30여 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과장[사진]이 지난달 환갑을 앞두고 건강콘서트를 열었다.
 

‘평생주치의’라고 본인을 지칭한 그는 평소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콘서트를 통해 달랬다. 콘서트가 끝난 후 '오늘은 환갑잔치와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평생건강클리닉에 등록된 김 교수의 환자는 무려 1500여 명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우울증 등 주요 위험요인의 경우, 평소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했는데도 본인이 걸렸다고 억울해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김 교수는 "해당 질병을 앓게 된 것은 결코 '내 탓'이 아니다. 하지만 심장병과 뇌중풍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검진에는 암 검진과 일반검진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위험요인을 평가함으로써 발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예컨대, 중풍은 조기발견이라는 것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에서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항상 환자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가끔 어르신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진료실에서는 작심하고 야단을 친다. 약 용량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길어지고 다음 환자는 불평을 한다"고 말했다.
 

이내 환자는 "앞에 환자는 오랫동안 봐 주면서 나는 왜 이렇게 짧게 봐주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는 "앞에 환자는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설명할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본인은 결과가 좋아 일찍 끝난 것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합니다"라고 의구심을 해소시킨다.
 

사실 우리나라는 '평생 주치의'라는 개념도 생소하거니와 ‘주치의’라는 제도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참이나 속도가 더디다. 

"환자와 밀도 있는 상담이 아닌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 구조 안타까워"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해 쓴 소리를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식 교수는 "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주치의가 없다 보니 치료 결과가 악화되고, 혹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유럽,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전문의들이 주치의를 맡고 질환이 심각해질 경우, 다른 진료과로 의뢰하는 형태이다 보니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감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검사가 끝나면 의사와 환자가 소통을 하는 시간 조차 없다. 왜냐하면 환자와 결과에 대해 더 깊은 상담을 하기 보다는 다른 환자를 더 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최소한 10년 가량의 시간을 두고 환자의 상태와 가족력, 질병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추적해주는 개념이 아니다 보니 의사에게 환자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소위 ‘단골’ 병원이 없다 보니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약국과 과연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나. 환자가 상의할 데가 없다보니 모두 대학병원으로 몰려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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