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 아들 엄마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미영씨
2018.09.06 05: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흔히 '엄마는 용감하다'고 말한다. 실제 엄마는 용감하다. 세상을 바꾸고도 남음이다. 최근 규제와 법까지 바꿔 나가는 엄마의 등장에 세상은 떠들썩 했다. 주인공은 바로 당뇨환아 정소명군의 엄마 김미영씨다. 그는 해외 당뇨병 사이트에서 채혈이 필요 없는 연속 혈당측정기를 찾아 수입했고, 환우커뮤니티에서 이를 공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과정에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및 판매 혐의가 있다며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은 김씨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씨의 억울한 사연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고, 이후 의료기기법 등 곳곳에서 규제와 제도 변화가 일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아이를 위해 세상을 바꿔가는 용감한 엄마 김미영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Q. 의료기기법 한계를 몸소 느꼈을 것 같다
2012년 1월 아이가 처음으로 당뇨를 진단받았다. 초반에는 혈당관리 때문에 3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이의 혈당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글로벌 당뇨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체코 회사의 연속혈당측정기를 구매했다.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연속혈당측정기에 블루투스 전송 모듈을 장착하고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도록 어플을 깔았다. 이후 실시간으로 아이의 혈당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그래서 소아당뇨 카페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던 다른 부모들에게 이를 알려 대신 구매해 주고 오픈소스 활용법을 알려줬다. 구매품은 연속혈당측정기 리시버 47개, 트랜스미터 138개, 센서 1850개 등이다. 이 때 발생한 차익은 환율 차이에서 생겨난 것이고 2년간 9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관세법과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억울했다. 같은 내용으로 동시에 두가지 법을 위반한 셈이 됐다. 더욱이 선의가 호도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담당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곳이 없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느꼈다.

Q.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았는데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1년 3개월 동안 조사만 7번 받았다. 식약처 고발로 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관세법 위반 혐의가 먼저였다. 이미 관세청에서 작년 7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동일기간, 동일내용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법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료기기법이 더 큰 문제가 됐다.

처음에는 언론에 알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모르고 했더라도 법을 어겼다는 게 창피했고, 당뇨환아 부모가 법을 몰라 어겼다고 하면 아이들에 대해 편견이 커질까봐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 관세청에서는 판매목적, 이윤추구가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일어난 일임을 인지해 호의적으로 조사했다.


식약처 조사과정에서 없던 혐의가 3차 조사에서 씌였다. 소아당뇨 카페에서 의료기기정보를 공유하고 광고했다는 혐의였다.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행위를 했을 뿐인데 이런 혐의를 받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심정을 SNS에 올렸다가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알려지고 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었다.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청원글에 식약처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실제 모니터링을 해서 직접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 많은 분들 도움으로 일부 제도 개선 이뤄져"
"자가 사용 의료기기 관련 해외 구매절차 대폭 간소화 "
"아이와 부모 대상 정확한 교육 절실하고 수가 연계시켜 의사들 참여 높여야"  


Q. 실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체감이 되나 
정말 많이 느껴진다.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법을 개정하고 해외 구매 절차를 간소화했다. 환자가 필요한 기기는 대신 구해주겠다고 했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서 환자나 보호자 대신 의료기기를 구입, 배포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해외 의료기기를 구입해 사용하려면 관세청에 수입신고를 하고 통관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인증과 허가없는 기기를 구입하려면 진단서와 제품 모양·성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사용계획서 등을 식약처에 보내 '자가사용용 의료기기 확인서'를 발급받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는 자가 사용 의료기기는 까다로운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또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환자를 대신해 직접 수입해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하반기부터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4월부터 논의해왔다. 당뇨환자 혈당관리에 도움이 됐다는 게 많은 임상과 자료에서 확인이 된 만큼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연속혈당측정기 제조사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당뇨환아 엄마들이 적극 나서 한국 당뇨시장 조사 보고서를 업체에 전달했다.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의료기기법 위반과 관련한 사연도 보냈고 중간유통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업체까지 직접 확인 후 전달했다. 작년 8월 1일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는데 1년이 흐르고 올해 7월 31일 정식 허가가 났다. 1년 만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빠르게 이뤄졌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의료기기법 위반을 통해 언론에 노출되면서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아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빠르게 이뤄나가고 있다.
 

Q. 앞으로 달라져야 할 것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법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어린이집이 소아당뇨 아이를 입소 거부해 영유아보호법을 개정했던 적이 있다. 소아당뇨 환아에 가산점을 부여해 간호사가 있는 어린이집에 우선 순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우리는 10년이 다 되가도록 꾸준히 요구하고 움직이는데 우리를 보는 세상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영국 총리도 제1형 당뇨를 앓고 있다. 숨길 수 있는 질환인데도 거리낌없이 공개했다. 정치인으로서는 엄청난 핸디캡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제1형 당뇨를 감추지 않고 공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교육이 절실하다. 소아당뇨 카페를 찾는 환자와 가족들 중에는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많다. 처음부터 다 알 수는 없지만 당뇨는 자가관리가 가장 중요한 질병인 만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적극 교육할 수 있도록 수가와 연결해야 한다. 환자가 본인만의 관리 방법을 쉽게 익힐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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