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논란 재연···법조계 '촘촘한 특별법 필요'
입법·행정·사법부 '핑퐁게임'···'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훼손 우려 제기
2022.04.08 17: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법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을 골자로 한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청구 소송에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법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 하는 것이 의료기관 본연 영리추구를 용인할 뿐더러 국내 보건의료체계인 ‘당연지정제’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영리병원 개설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특별법’을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법 전문가 등에 따르면 영리병원 설립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에 담겼다.
 
제주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에는 ‘도지사 허가를 받아 제주자치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돼있고, 경제자유구역법 제23조(외국의료기관 또는 외국인전용 약국의 개설)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허가를 받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를 넘어 법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영리병원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전선룡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는 “내국인 진료 제한과 관련해 양 특별법과 의료법 충돌 소지가 있는데, 해석상으로는 특별법이 우선”이라며 “이렇게 규제가 하나씩 뚫리기 시작하면 사회적 분위기도 영리병원 허용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내국인 출입에 대해 합법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공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영리병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특별법을 촘촘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 특별법에는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한 언급 없이 제주도청·보건복지부 등 행정청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이를테면 국회가 특별법 내 내국인 진료 제한 등에 대한 규정을 제주도청·보건복지부 등 행정부 결정으로 돌렸고, 이를 근거로 제주도청이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내국인 진료 제한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렸으나, 법원이 이의 전제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핑퐁게임’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의료기관 개설을 행정기관에 위임했고, 제주도에서 이를 근거로 녹지병원 개원을 막았더니 법원에서 국내 의료기관과 차별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권을 막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종원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도 “특별법이 영리병원 단초가 된다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확전 가능성? 법조계 "영향 미칠 수도 있다"
 
아울러 영리병원 논란이 국내 건강보험체계 핵심인 ‘당연지정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연지정제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으로 강제로 지정되는 제도인데, 해당 판결이 예외를 인정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최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내국인이 영리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내국인에게 당연지정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영리병원에서 치료 받길 원하는 환자의 경우 건보료 환수 해달라는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물론 기각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점이 영리병원으로 가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법제이사도 "현재 영리병원 쟁점에서 당연지정제 이야기는 없지만, 영리병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 비급여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당연지정제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영리병원) 제한적으로 규제를 풀어 주다 보면, 전체 건강보험 시스템에 균열이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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