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실손보험 있으시죠?' 그 불편한 진실
병·의원과 끈끈한 이해관계···제2 건강보험 인식될 만큼 급팽창
2021.07.29 11:5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실손보험 시장이 매년 최대치 기록을 갱신 중이다. 가입자수와 지급되는 보험금의 동반 폭증에 ‘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히 많은 불편한 진실들이 자리하고 있다.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등장한 실손보험이지만 환자와 의료기관의 필요조건이 맞물리면서 진료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회사들은 과잉진료 단속에 혈안이 돼 있고, 의료기관들은 ‘진료권 침해’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부지불식 간 필요악(惡)이 돼 버린 실손보험. 그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편집자주]
 
“실손보험 있으시죠?” 병의원을 찾은 환자가 흔하게 듣는 이 질문에는 의사와 환자의 이해관계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일 경우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처치를 장려하거나 고액의 진단이나 치료장비 사용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 부담이 없고, 의료기관들은 비급여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되는 셈이다.
 
실손보험이 성인인구의 95%가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보니 대부분의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그에 따라 처방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필수의료가 아닌 비급여 분야에서 실손보험을 이용한 엇나간 진료행태가 횡횡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백내장 수술이다. 일부 의료기관들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비급여 진료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백내장 수술 건수는 2012년 이후 연평균 5.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백내장 수술에서 비급여 진료항목인 눈 계측검사와 초음파 검사, 조절성 인공수정체의 경우 포괄수가에 포함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이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진료비 분쟁이 급증하자 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시켰지만 신의료 기술을 앞세운 실손보험 활용 행태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용시술, 인지치료, 성장치료 등 필수의료와 무관한 영역에서 의료기관과 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실손보험 남용이 지속돼 왔다.
 
주목되는 부분은 자동차보험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한의계가 실손보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실손보험은 한방진료 가운데 침, 뜸, 부항, 추나요법 등 극히 제한적인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보장해 주고 있다. 
 
하지만 한방진료는 급여보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실손보험 보장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7월 도입될 4세대 실손보험에 한방 비급여 항목을 특별약관(특약)으로 신설하자는 의견이 한의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인으로 비급여 진료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한방 비급여 진료 특약을 추가하는 의견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 비중이 늘어나며 손해율이 악화된 경험도 부정적인 인식을 더하고 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1인당 진료비는 2014년 대비 2019년 병의원이 3% 늘어나는 동안 한방은 3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급여 진료비는 병의원은 47% 감소했지만 한방은 271% 늘어났다. 
 
이 처럼 한방의 1인당 진료비와 비급여 진료비가 양방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 때문에 과잉진료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2020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서도 한방의료비가 전년대비 26.7%나 증가, 처음으로 한방의료비(8849억원)가 양방의료비(7968억원)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할수록 손해라는 실손보험
 
보험업계는 의사와 환자의 삐뚤어진 이해관계 패러다임 탓에 보험료 지급액이 늘어났고, 손실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손실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손보험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실손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특정 질병에 대한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식이었다.
 
1999년부터 손해보험사들이 전체 질병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과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실손보험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입률이 높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생명보험사들도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보험업계 내에서 판매 경쟁이 붙은 셈이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100% 보장, 마지막 기회’라며 절판 마케팅에 나섰고, 뒤늦게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4년 3000만명을 돌파한 후 2018년 3400만명, 2019년에는 3800만명을 넘기며 ‘국민보험’으로까지 불리게 됐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3155만명이다.
 
가입자 급증은 보험회사들의 손해율 문제로 이어졌다.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보험금 지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기준으로 2011년 이후 8년 동안 120% 이하로 손해율이 내려간 적이 없다. 올해는 130%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산했다. 액수로는 1조7000억원 규모다.
 
손해율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한 것도 손해율 악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2018년 실손보험료가 동결돼 갱신주기 3~5년 상품의 경우 최장 5년까지 보험료가 묶였다.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면서 올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48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결국 보험회사들은 “실손보험은 판매할수록 손해”라며 고충을 호소했고, 급기야 보험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생보사 8개, 손보사 3개 등 11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신한생명에 이어 올해 3월 미래에셋생명도 판매를 포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상품 구조상 과잉의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족과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오판, 뒤늦은 후회
 
이러한 실손보험의 불편한 진실에는 형평성 문제도 담겨 있다. 실손보험 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모든 가입자와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의료 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았다. 반면 전체 가입자의 93.2%는 평균 보험금인 62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의료 이용량 상위 10%의 평균 보험금은 354만원에 달했지만, 하위 10%의 평균 보험은 1만7000원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작금의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회사들이 ‘의료’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설계를 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상해를 입을 경우 보험약관에 약정한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 보상과 달리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진료비 부담이 없는 만큼 자유롭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러한 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려는 의료기관의 수요가 보험사들의 수익 악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실손보험 등장과 함께 열풍이 불면서 보장 범위도 상품이 출시될수록 진화했다. 월 몇 만원의 보험료만 내면 수 십만원의 진료비 중 상당 부분을 보상받았다. 
 
2003년 10월부터는 아예 자기부담금을 없앤 실손보험이 나왔다. 가입만 해놓으면 사실상 진료비가 공짜였다. 
 
파격적인 혜택에 보험소비자는 열광했고 실손보험은 2007년 가입자 1000만명을 넘기며 ‘국민보험’ 대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2020년 기준 가입자는 3800만명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이 잘 팔리자 보험사는 과열경쟁에 나섰다. 돈이 된다는 소식에 생명보험사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고, 일부 보험사는 경쟁사보다 보장 한도를 더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손보험 광풍’이 2000년대 중후반을 강타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은 보험회사에게 역풍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보험상품 변천사는 패러다임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른바 1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이 없고 보장 범위가 넓었지만 이후 보험상품들은 범위를 조금씩 축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세대 실손보험은 의료비 보장을 연간 5000만원 한도에서 본인부담금의 90%로 줄였다.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마다 제각각이던 보장 범위와 내용을 표준화한 것이다.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보장 비율을 본인부담금 대비 80%(표준형), 90%(선택형)로 나누고 보험료 갱신 주기를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여기에 더해 오는 7월부터는 비급여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30%로 높이되 비급여 진료 보험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에게 보험료 5%를 할인해주는 4세대 실손보험이 등장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상품 구조상 과잉의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족과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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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헐... 07.29 12:43
    그렇게 사용하라고 만들고 그게 메리트라고 홍보했으면서 뭔 개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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