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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라서 꿀 수 있는 꿈, 힘들어도 행복"
이천환 한사랑병원장
[ 2021년 07월 05일 05시 46분 ]
∥대한외과학회-데일리메디 공동기획∥
‘대한민국 필수의료 책임지는 지방 외과병원을 가다’ ⓸안산 한사랑병원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필수과이지만 기피과이기도 한 대한민국 외과. 암울한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과의 위기는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라는 경고가 무색할 정도다. 세계적 수준의 술기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처우에 지원자까지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수 십년 동안 묵묵하게 ‘수술’ 외길을 걷고 있는 병원들이 적잖다. 데일리메디는 대한외과학회와 함께 힘겨운 저수가, 인력난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외과의 뚝심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 병원들을 발굴,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익만을 좇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숭고한 고행(苦行)을 알림으로써 외과 중요성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보다 많은 외과병원들이 ‘술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울림의 시작이기를 고대한다. ‘대한민국 필수의료 책임지는 지방 외과병원을 가다’ 네 번째 행선지는 수도권 공업의 핵심 지역 안산시다. 반월국가산업단지와 시화국가산업단지가 소재하고 있는 이 곳에 자타가 공인하는 ‘외과 전문병원’이 수술을 통해 지역민의 생명과 건강을 사수하고 있다. ‘외과’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의사들이 운영하는 한사랑병원.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병원’을 향한 그들의 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편집자주]

국가 공인 ‘수술 잘하는 병원’

한사랑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외과 전문병원’이다. 그것도 ‘3회 연속 지정’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보유 중이다.

제4주기를 기준으로 전국에 전문병원은 101개, 그 중 외과 전문병원이 2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한사랑병원의 위상은 어렵잖게 짐작이 가능하다.

실제 전문병원은 의료의 질, 환자안전, 의료인력, 병실, 환자 구성비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3년 주기마다 병원들이 신청하지만 최종 관문 통과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수술’을 기반으로 하는 외과 전문병원의 진입장벽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외과의사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환자 구성비 충족 등 다른 분야 대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한사랑병원은 그 어려운 일을 3번이나 연속으로 해냈다. 그럼에도 이천환 병원장은 “당연한 결과이고, 탈락하거나 포기하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고 의연해 했다.

외과의사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병원, 수술받기 좋은 병원’을 목표로 운영 중인 병원인 만큼 ‘전문병원’ 타이틀은 마땅히 갖춰야 할 자격증 같은 개념이라는 부연을 곁들였다.

‘한사랑외과’에서 ‘한사랑병원’으로 확장 개원했던 2011년 전문병원 제도가 처음 도입된 탓에 1기 지정은 못받았지만 2기부터는 ‘전문병원’ 타이틀을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사실 한사랑병원 이천환 병원장이 ‘전문병원’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있었다.

2011년 응급실에 생후 36주된 신생아가 내원했다. 지방에서 ‘탈장’ 진단을 받고도 수술받을 병원이 없어 헤매다가 한참 시간이 지체된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한사랑병원을 알게 됐다. 이 병원 저병원 다니며 고생시킨 생각을 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를 보면서 인지도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천환 병원장은 “한사랑병원 인지도를 높이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병원’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술회했다.

칼잡이들이 만든 ‘서전의료재단’

한사랑병원은 개원 2년 후인 2013년 ‘의료재단’을 설립했다. 헌데 그 이름이 독특하다. 외과의사를 뜻하는 ‘Surgeon’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서전의료재단’이라 작명했다.

외과의사들이 만든 의료재단. ‘외과’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투영된 이름이었다. 실제 한사랑병원 구성과 운영 상황만 들여다 봐도 그 열정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현재 한사랑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13명 중 8명이 외과다. 여기에 내과, 소아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 분야 의료진과 협진을 통해 고난도 외과수술을 진행 중이다.

특히 충수염, 담낭염, 서혜부 탈장과 같은 대표적인 외과수술에 단일통로를 이용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단일통로복강경수술은 9000례를 넘겼다.

유방갑상선센터, 담낭센터, 위대장항문센터, 당일수술센터, 화상센터, 암센터, 비만대사수술세터 등 개설된 센터 대부분이 ‘수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사랑병원의 연간 수술건수는 3000건에 달하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893건의 수술을 시행하는 등 지역 필수의료의 최전선을 사수 중이다.

전체 외래환자 중 외과환자 비중이 61.8%다. 입원환자 중에서는 무려 83.6%가 외과환자일 정도로 이 병원에서는 의사나 환자 모두 ‘외과’가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응급수술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술기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외과의사들의 술기교육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2차병원 외과 복강경수술연구회 지역집담회’를 개최하며 타 병원 의사들과 최신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컨퍼런스를 정례적으로 시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2차 병원 최초의 대한탈장학회 회장도 한사랑병원에서 배출됐다. 지난해 11월 강길호 원장이 탈장학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병원의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는 평가다.

이천환 병원장은 “최고의 수술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의료진의 학술교류나 대외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폐쇄 아픔, 생존을 위한 선택이자 실리보다 '가치' 지향

외과의사들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병원인 만큼 1년 365일 24시간 문을 연 응급실 운영은 당연지사였다. 산업단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수요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작도 단순 응급실이 아닌 ‘지역응급의료기관’을 폼나게 시작했다. 궁극적으로는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목표였다.

하지만 한사랑병원은 4년 만에 응급실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응급실 운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수입 대비 지출이 3~4배 많은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다른 부분에서 벌어 응급실에 쏟아 붓는 형국이 반복됐다.

그래도 버텼다.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명실공히 ‘외과병원’을 지향하면서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수 차례 열린 경영회의는 ‘이제 더 이상은 힘들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해 ‘그래도 가보자’는 심기일전으로 끝나는 상황이 되풀이 됐다.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천환 병원장이 마음을 바꾼 것은 단순한 적자 문제가 아니었다.

응급실 내원 환자를 면밀하게 분석해 보니 교통사고나 소아청소년과 발열 환자 등 외과 응급수술과는 거리가 있는 환자들 비중이 높았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을 위해 갖춰 놓은 시설, 인력, 장비 등이 공회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4년 만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응급실 폐쇄가 응급수술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한사랑병원은 여전히 24시간 응급수술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응급실은 없지만 응급수술은 가능한 시스템이다. 야간은 물론 공휴일에도 언제든 한사랑병원에서는 응급수술이 이뤄진다. 실제 2019년 165건, 2020년에는 149건의 응급수술이 시행됐다.

이천환 병원장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구색 맞추기 보다 외과질환, 외과수술에 최적화된 시스템 운용이 응급실 중단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운영은 중단됐지만 응급수술은 여전히 시행 중”이라며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진료에 치중됐던 당시 상황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고독한 경쟁, 가장 슬픈 현실

이천환 병원장을 비롯한 개원 멤버들은 ‘외과의사들도 우아한 삶을 누려보자’는 지극히 소박하지만 상당히 절박한 꿈을 갖고 출발했다.

그렇게 시작된 진료, 수술, 당직이 반복되는 고단한 생활이 10년째지만 그 꿈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실현되지 못할 꿈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사랑병원 의사들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 그 꿈을 좇고 있다. ‘외과의사이기 때문에 꿀 수 있는 꿈’이라는 논리가 그나마 위안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제대로된 수술병원 하나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최근 “언제까지 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의 빈도가 부쩍 늘었다.
 
사실 여느 병원과 비교하면 한사랑병원 운영 시스템은 비정상적이다. 뻔한 적자구조를 의료진의 희생으로 메꾸는 구조다.

지금의 멤버들은 한사랑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감하기에 기꺼이 우아한 삶을 포기했지만 젊은세대 외과의사들이 그 고된 행보에 동참해줄지 미지수다.

이천환 병원장은 ‘가치의 문제’라도 진단했다. 젊은의사, 소위 MZ세대 후배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기존의 외과의사의 지향점과 중첩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성세대들도 머리는 가치를 얘기하면서도 몸은 실리를 찾으려 한다. 젊은세대는 그 괴리가 조금 클 뿐이다. 앞으로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가장 슬픈 현실은 경쟁자의 부재다. 발전을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이 수반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근래 외과병원 경쟁에 참여자가 없다.

이천환 병원장은 수술내용과 수술실적, 술기 수준 등을 비교할 상대가 있이 고독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게 가장 슬픈 외과의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경쟁과 교류는 고사하고 새로운 외과병원이 생겨날 수도 없도록 만든 구조는 심각한 문제“라며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외과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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