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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논문 스트레스, 연구 질(質) 저하 초래”
김효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 2021년 05월 18일 09시 43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숙명이라는 단어가 제격이겠다. 그동안 고사한 원내 보직이 부지기수다. 허튼(?) 곳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세계 최정상급 학자이자 의사인 그에게 시간은 늘 부족했다.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랬던 그가 유일하게 받아들인 보직이 의생명연구원장이다. 조직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고, 잘 해야 한다는 자신감과 사명감의 발로였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 서울대병원 연구 시스템을 고도화 시키고, 연구비 규모를 하버드의대와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취임 후 1년 동안 목표 달성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몰두해 온 서울대학교병원 김효수 의생명연구원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구원의 변화를 확신했다.
 
‘10
년 도약 청사진' 제시 등 통큰 투자
 
250명의 직원과 1500명의 연구원,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 외형만 놓고 보면 국내 병원계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규모다.
 
여기에 인사와 예산 등 상당 부분 독립적인 권한까지 보장된다. 하지만 김효수 원장은 결코 작금의 상황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취임과 동시에 의생명연구원 10년 도약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3억원이라는 적잖은 비용을 들여 삼정회계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서울대병원 연구개발 능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의생명연구원의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한 첫 준비작업이었다.
 
전문기관으로부터 연구원의 현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시스템 재정비 등 도약을 위한 처방 비용으로는 결코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김효수 원장이 의생명연구원의 청사진 제시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분야 인력 인프라 등 3가지다.
 
우선 그는 오랜기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체득한 트렌드(Trend)’ 중요성에 주목했다. 연구에도 엄연히 유행이 존재하는 만큼 연구주제와 분야 설정에 과감할 필요가 있다는 지론이다.
 
연구인력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다.
 
국내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연구 역량은 충분하지만 그 훌륭한 인력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천착이 필요합니다.”
 
김효수 원장은 가장 큰 문제로 영속성을 꼽았다. 정년인 65세 이후 교수들의 연구비 수주나 연구실적이 급감하는 추세가 확연한 것은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는 연구에 정년은 없다정년퇴임 이후에도 연구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들의 경륜과 지식이 묻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프라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확언했다. 가치가 인정되는 연구에 대해서는 고가장비부터 연구인력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의학계 '실적주의 연구 풍토' 안타깝고 연구자 의지 꺾는 심사체계 문제
 
국내 병원계에 만연한 연구실적 지상주의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진료는 물론 연구실적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일침이었다.
 
연구비 수주 규모가 교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되고, 논문실적이 인사고과의 중요한 평가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 연구환경이 그의 시선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물론 교수라면, 그것도 진료를 수행하는 임상교수라면 진료와 연구라는 고행을 감내하는 게 당연지사지만 작금의 풍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효수 원장은 논문 실적에 대한 압박은 연구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실적을 위한 연구는 결코 지향해서는 안 될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일부 병원에서 진료만 보는 임상교수 트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진료와 구분하는 것도 좋지만 두 영역이 낼 수 있는 시너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치 평가는 그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단순한 논문수가 아닌 논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논문의 가치가 가장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피인용지수 등을 토대로 연구력을 인정하면 적어도 실적을 올리기 위한 연구 풍토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연구실적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하기 보다 기념비적인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금의 국내 연구환경은 독창성과 투지를 발현시킬 수 없는 구조라며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연구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구자의 연구의지를 꺾는 국내 심사체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효수 원장은 15년의 연구 끝에 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 및 심부전 발생을 예방하는 치료법을 개발했지만 실용화 문턱에서 크나 큰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심근경색증 사망률을 절반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획기적인 치료법이었고, 이를 입증할 충분한 자료들이 있었음에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번번히 탈락했다.
 
천신만고 끝에 신의료기술이 아닌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서 임상현장에서 시술은 가능해졌지만 개발자인 그는 이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 원장은 “15년간 누적 5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했고, ‘란셋’, ‘서큘레이션’, ‘유로피언 하트 저널등 세계적 저널에 18편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전문가들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치료법이 왜 국내에서는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의학연구, 최종 목표지점은 임상현장
 
김효수 원장은 철저히 실용연구를 지향한다. 적어도 임상교수가 수행하는 연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는 소신이다.
 
연구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그가 쓰라린 좌절감을 맛본 이후로 이러한 소신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진료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연구에 파묻혀 생활하던 어느 날 그동안의 연구를 반추해 보니 전부 종이에만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
 
오랜시간 공을 들여 수행한 연구가 논문으로 완성되고, 학술지에 게재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책망스럽기까지 했다.
 
아무리 좋은 연구라 하더라도 진료현장에 직접 구현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는 실용연구에 매진했다.
 
그가 설립한 미래의학연구재단역시 같은 맥락이다. 연구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실용이라는 고도화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가능케 해줄 플랫폼으로 재단을 출범시켰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초의학자, 자본을 대는 벤처 투자자, 이후 이를 운영할 전문 경영자를 처음부터 연계시켜주는 역할이다.
 
김효수 원장은 이들 3자는 활동 반경이 전혀 달라 교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재단은 3자의 만남 기회를 주선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효수 원장 약력
 
1959년 부산 출생 1978년 서울대 의예과 입학 1992년 일본 동경대 의학부 3내과 객원연구원 1994년 서울대 의학박사 2000년 미국 보스턴 성엘리자베스 병원 심혈관연구소 객원교수 2015년 미래의학연구재단 이사장 2016년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장, 한국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 2018~ 미래의학연구재단 이사 2021~ 세포-바이오치료실용화 단장,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수상 지석영상 6회 수상 2008년 아산의학상 대상 2014년 분쉬의학상 2016년 우수연구훈격 근정훈장 2021년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연구업적상 대한민국 한림원 종신 정회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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