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직격탄 맞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 심화 속 '수가 인상 절실' 한목소리
2021.04.22 20: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기획 5]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최초로 자연 감소하는 소위 인구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됐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인구 수는 3만3000명 줄어들었다. 10년 전인 2010년 47만2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가 10년 새 30만명 대 밑으로 곤두박질 친 데 따른 결과다.

그 사이 사망자 수는 25만5400명에서 27만2400명으로 약 1만7000명 늘었다.

기존에도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으로 최저를 기록하고 있던 합계 출산율 수치 역시 0.84명으로 지난해 0.92명에 비해 더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나 내년에는 합계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저출산 여파는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례로 올해 입시에서 일부 지방대학들은 장학금과 각종 입학 선물까지 제시하며 신입생 유치에 나섰지만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의료계 일부과도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출산이나 어린이들을 담당하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년 간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 같은 어려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때 100% 이상 전공의 충원율을 기록했던 산부인과는 80%대 밑으로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해 수요가 줄면서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개원이나 취업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와 함께 전공의 지원율이 줄어들면서 중도포기율도 타 과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전공의 중도포기율을 보면 산부인과는 3.4%로 25개 전문과목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저출산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와 그에 따른 지원 기피로 수련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그나마 산부인과에 들어온 전공의들도 중도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80~90년대만 해도 전문의를 획득하고 나가는 산부인과 전공의 수는 한 해 약 25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 절반 이하인 12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장은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병원 81곳 중 1년차 전공의가 아예 없는 곳이 10%(8곳)에 달하고, 1명인 곳은 50% 가까이 된다”며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근무 환경, 수련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처럼 의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수요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보니 산부인과 의사 역시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며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무의촌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역 내에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서울까지 상경해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잦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산부인과가 맞닥뜨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서는 “저출산은 사회 구조적 문제이자 가치관 변화에 따른 것이다 보니 학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열악한 근무 환경까지 고려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고위험 분만 등 일부 수가를 인상하면서 1년에 총 130억가량을 더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산부인과가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엔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공의 지원율 급전직하 ‘소청과’…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

소아청소년과 역시 말 그대로 핀치에 몰렸다. 이번 전공의 지원율은 역대 최악인 29.7%를 기록했다. 직전 해에 70%가 넘었던 충원율이 일년 만에 급전직하한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을 맡고 있는 49개 병원 중 26개 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전공의 충원 걱정이 없던 빅5 병원 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 미달이 발생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과와 외과 등이 앞서 도입한 전공의 3년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도 저출산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환자가 줄면서 취직할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개원을 하더라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저출산 추세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아과 폐업이 줄을 이었다. 총 154곳이 문을 닫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57%나 늘어난 수치다. 
 
전국 130여 개 아동병원 중 10여 곳도 재정난으로 폐업하거나 입원실을 없애고 의원으로 변경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위기는 현재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악화일로일 가능성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고사 직전에 몰린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수가 인상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병원에서도 응급환자가 오면 일단 살려놓고 이후에 후속 조치를 취한다”며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선 수가를 현재보다 3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번 무너진 인프라는 복구가 어렵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올해 처참했던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지방에 사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제대료 치료받을 기회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결국 저출산 기조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변화도 필수"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정작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소청과나 산부인과 의사회장을 부르지도 않는다”며 “최소 부총리급이 새로운 대책 기구를 구성하고 기재부, 복지부 등이 모두 들어와 젊은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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