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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공무원 방문 없는 현지조사 '위법 or 합법'
법원 상·하급심 판단 갈려, "독자적 집행 허용 안돼" vs "조사 지원업무 가능"
[ 2021년 04월 16일 04시 51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현장에 동행하지 않고 이뤄진 현지조사의 합법·위법 여부를 두고 하급심과 상급심의 해석이 또 한번 엇갈렸다.
 

현지조사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한 의료기관과 조사당국 간 소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법원 판단에 의료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하게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현지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처분 근거가 된 현지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에 의해서만 실시돼 이는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조사를 총괄한 것은 복지부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현지조사에 대한 해석은 갈렸지만,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같았다.

이에 법조인들은 "현지조사 과정과 같은 절차적 위법보다는 실체적 위법사실이 판결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1심 "복지부 직원 현장참여 전제 위법"- 2심 "실질적 총괄은 복지부가 했으므로 합법"
 

재판 내용에 따르면 해당 현지조사팀은 복지부 소속 주무관과 심평원 소속 직원 3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3일간의 현지조사 기간 동안 현지조사팀의 반장인 복지부 소속 주무관은 조사대상인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해당 현지조사의 위법성을 살피기 위해 복지부와 심평원의 행정조사권을 재확인했다.
 

구 의료급여법, 구 의료법 및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급여기관인 의료기관과 소속 의료인을 상대로 행정조사를 실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급여비용심사기관인 심평원은 의료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 대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범위 내에서 독자적인 행정조사권을 갖는다. 또한 복지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복지부의 현지조사를 ‘지원’할 수 있다.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권한은 복지부에 있으며,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를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심평원에) 복지부장관의 행정조사권한을 위탁받는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먼저 구 국민건강보험법 111조에 ‘복지부 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에는 요양기관에 대한 보고나 서류제출 또는 조사 명령 권한을 심평원에 위탁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舊) 국민건강보험법 63조에는 또한 ‘건강보험과 관련해 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는 심평원이 관장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에 관한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이 아닌 의료급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 18조에는 ‘심평원이 복지부 장관의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검사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복지부장관이 관계서류를 발부했어도, 현지조사 권한을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소속 주무관이 참여하지 않은 이 사건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가 시행한 것으로 위법하고, 취득된 자료들은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그러나 현지조사와 관련해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심평원 소속 직원들이 작성한 현지조사 경과서가 전산을 통해 복지부 소속 공무원에게 보고되고 있고, 특이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심평원장이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한 후 복지부장관 지시를 받아 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현지조사에서 심평원 직원들이 현장 조사업무를 수행한 것은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 18조에 따라 소속 공무원이 시행하는 현지조사업무를 지원한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 처분의 또다른 근거가 됐던 선택의료급여기관 이용절차 위반과 관련해선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피고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복지부 공무원 없는 현지조사’를 이유로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의료기관·의료인이 이어지지만 상급심과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는 이처럼 많다.
 

이에 법조인들은 "법원은 절차적 위법보다는 실체적 위법사실에 더 비중을 두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환수처분, 업무정지처분 관련 재판에선 절차적 위법과 실체적 위법을 모두 따지게 되는데, 실체적 사실을 중심으로 살피는 게 관련법의 입법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절차적 위법보다는 실체적 사실을 바탕으로 승소 가능성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현지조사가 절차적으로 적법하려면 준수해야 하는 요건 등을 상세히 적시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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