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뇌손상 환자에 3억6천 배상'→법원 '병원, 배상 책임 없다'
'의료진 과실 단정할 수 없고 환자측 수술비 등 4500만원 지불 의무' 판결
2020.09.30 09:0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흉복부 대동맥류 수술을 했다가 환자가 뇌손상에 이른 사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은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으나, 이어진 소송에서 의료진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5민사부(재판장 하상제)는 흉부외과 수술을 받았다가 뇌손상을 입은 환자 A씨 측이 B대학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낸 3억6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 청구를 최근 기각했다.

 

지난 2016년 환자 A씨는 B대학병원에 내원해 흉복부대동맥류를 진단받았다.
 

이에 B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 보호자에게 "대동맥류 파열시 급사 등 위험이 있어 흉복부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며 합병증을 설명한 뒤 수술동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어진 수술을 받던 A씨는 갑자기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산소공급 및 승압제 투여 등 응급조치를 했다. 또한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낭삼출 소견을 확인했다. 하지만 심낭천자술을 시행하던 중 A씨는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이어 심폐소생술과 체외막산소공급을 시행하고, 진단적 개흉술을 시행해 봉합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곧 A씨에겐 심각한 뇌기능 이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다시 혈종제거술과 흉골고정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한 A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지 마비 및 인지 저하, 언어 장애를 겪게 됐다.
 

이에 A씨 측은 "의료진이 수술 중 좌심실에 손상을 일으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중 입은 손상으로 출혈이 발생했고, 그 결과 A씨가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의료진이 심장초음파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 역시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곧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넘어갔다. 그리고 이들 기관은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며 3억 6000만원 상당의 일시금과 매월 17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했다.
 

조정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B대학병원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등을 살폈다. 그 결과 B씨 뇌손상이 의료진 과실에 의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은 '좌심실 후측벽 파열'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 수술 부위와 심장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과정에서 심장을 건드릴 이유가 없고, 실제로 수술 중 심낭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의료진이 좌심실에 미세한 손상을 가했을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만일 의료진 과실이 있었다면 생겼을 대량 출혈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심장파열은 특별한 증상이나 위험요인 없이 생길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심장초음파를 추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술 전 각종 검사 상 심장 관련 특이 소견이 없었 상황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 의료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라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위자료 지급 대상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이유로 A씨 측이 수술비용 등 4,500여 만원을 B대학병원 측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도 판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한국소비자원의 결정문과 의무기록 및 관련 의학적 사실들을 검토한 결과, 조정 결정과는 달리 환자에게 발생한 좌심실 파열이 수술 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송에선 의학 문헌 제출, 진료기록감정촉탁 신청 등을 통해 증명하는 한편, 좌심실 파열은 대동맥류 수술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없어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 대응조치도 적절했음을 적극 입증했고 재판부가 대학병원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판단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한 사건"이라며 "불리한 조정결정을 받았더라도, 필요시 의료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다퉈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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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없는 비판 09.30 12:06
    그나마 한국서 씨가 마르는 중인 흉부외과에서 죽거나 불구되어 유족들의 억울한 마음은 알겠는데 국가서 제대로 행정적 뒷받침을 안해준다면, 돈도 못벌고 고생은 한평생 찍사리하메 병원서 돈도 못벌어준다고 찬밥신세인 흉부외과를 어느 누가 할것이며, 이에따라 제대로 진료못봐서 죽어가야하는 환자들은 어찌할것인가? 누구탓을 하며, 누구잘잘못을 따지는걸 떠나 사회적인 대량손실이 예측되는 위기상황이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읽고 의사개인에게 모욕주려 하기에 앞서 사회안전망 확보차원에서 이제 국가와 사회에서 제대로된 대안을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다.
  • 10.02 09:06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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