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파동 후 20년···급박했던 의료계 총파업
젊은의사들 결집 진료대란 우려감 고조···醫-政 합의했지만 갈등 불씨 여전
2020.09.08 15:2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지난 8월7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여의대로에 모였다. 정부의 일방적인 4대 의료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젊은의사들 외침은 이후 의료계 전체로 번져 20년만의 대규모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한달이 지난 지금, 의협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여당과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 전공의들은 여전히 파업을 이어갈 태세고 의대생들도 국시거부 의지를 꺾지 않는 상황. 시시각각 급변했던 의료계 총파업의 주요 순간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여의대로 모인 전공의∙의대생들···의료계 대정부 투쟁 ‘신호탄’
 
8월7일 제1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야외집회가 열렸다. 특히 서울 여의대로에는 1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전공의∙의대생들이 모여 젊은의사들의 분노를 짐작케했다. 
 
예상보다 많은 참석인원에 행사 진행이 30분가량 지연됐으며, 집회장소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인원들은 바로 옆 여의도공원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이날 서울 외에도 강원,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부산·울산·경남, 전북, 제주 등의 지역에서 집회가 열렸다.
 
대전협은 이날 ▲의대 정원 확충∙공공 의대 등 최근 이슈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소통 ▲전공의가 포함된 의료정책 수립/시행 관련 전공의-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수련환경 개선 위한 전공의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의료계 1차 총파업···’4대 악 의료정책’ 철회 요구
 
대한의사협회 주도 하에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가 열렸다. 일주일 전 젊은의사들이 가득 메웠던 여의대로에 이번에는 선배의사들도 일부 가세했다. 정부 집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 휴진율은 31.3%였다.
 
주최측 추산 2만명 가량이 서울 집회에 참석했으며 이 외에도 부산(2000명), 광주전남(1000명), 대구·경북(3600명), 대전(1000명), 제주(400명) 등으로 총 2만8000명의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원격의료 등을 4대 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행사 종료 후 민주당 당사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최대집 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8월 26·27·28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의대생들 ‘국시거부∙동맹휴학’···여전히 현재 진행형
 
수업 및 실습 거부를 통해 정부에게 항의 의사를 표명해왔던 의대생들이 보다 강경한 투쟁에 나섰다. 8월17일 새벽, 전날부터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본과 4학년들이 국시거부를 의결했다.
 
앞서 의대생들 내부에서는 수업 및 실습 거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욱 강경한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리고 먼저 본과 4학년들이 국시거부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8월19일 조승현 회장의 휴학계 제출을 시작으로 25일부터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당장 내년 의료인력 수급의 비상이 걸릴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의과대학 학장들과 의료계 원로들이 의대생들을 설득하고, 복지부에 시험 연기를 지속 요쳥했다. 이에 당초 실기시험 시작일이던 9월1일을 하루 앞두고 시험이 일주일 연기됐지만 6일 의대생들은 다시 한 번 국시거부를 의결한 상황이다.
 
전공의 ‘무기한 총파업’ 돌입···힘 보태는 전임의들

8월21일 인턴과 4년차를 시작으로 23일에는 모든 연차의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전 두 차례의 단발성 파업과 달리 종료 시점을 정해놓지 않은 업무 중단이었다.
 
이날 오전 전국의 40여 개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화이트 가운을 벗는 세레모니를 진행하며 무기한 총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전공의들에 이어 24일부터는 전임의들도 파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26일에는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1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전공의∙전임의들이 대거 업무를 중단하면서 대학병원 수술 건수는 평소에 비해 적게는 30%에서 만게는 60%가량이 축소됐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에 정세균 총리 중재 나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료계 설득을 위해 나섰다.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하는 등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다급해진 것이다.
 
8월23일 밤 정세균 총리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단과 긴급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향후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대응 진료 현장에 적극 참여를 약속했다. 상호 한발씩 물러서면서 극한 대립은 방지한 것이다.
 
다음날에도 정 총리는 의협과 면담을 가졌고, 양측 모두 이날 만남에 대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있었던 의-정 간 협의에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며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政 ‘업무개시 명령∙고발’···분노한 교수들

26일부터 의료계가 2차 총파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실제 복지부는 수도권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한 후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을 형사 고발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론 업무를 하고 있던 이들을 고발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정부 강경 대응은 오히려 의료계 반발을 샀다. 특히 제자들을 대신해 병원 현장을 지키던 교수들이 분노했다.

전국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에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비판하고 제자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및 고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빗발쳤다. 교수들은 제자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 외래 축소∙수술 중단∙사직서 제출 등의 단체행동까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 연합뉴스>
 
의협-정부∙여당 합의에도 계속되는 여진···대전협 비대위 집행부 사퇴
 
9월3일 있었던 범투위 회의서 의료계 단일안이 마련됐고, 정부와 의료계는 바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4일 새벽까지 어이진 논의 끝에 만들어진 의협과 국회, 의협과 복지부 간 합의문이 오전, 오후에 걸쳐 서명까지 마쳤다.
 
해당 합의안들에는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추진 일시 중단 및 원점 재논의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위한 법안 제∙개정 ▲의정협의체 구성 ▲공공보건의료기관 위한 예산 확보 ▲코로나19 위기 극복위한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 대책 마련 ▲의협 집단행동 중단 및 진료 현장 복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근 한달가량 이어져온 의-정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 듯 했지만 여진이 계속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최종 합의문을 공유받은 적이 없다며 절차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대전협 반발에 의협과 민주당의 합의문 서명식은 당초 예정됐던 오전 8시30분보다 한시간 반가량 늦춰졌다. 오후에 열린 의협과 복지부간 합의문 서명식은 분노한 전공의들의 육탄 방어로 장소까지 변경됐다.
 
대전협 뿐 아니라 의대생들과 의료계 일각에서도 최대집 회장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최대집 회장은 고발 조치된 전공의들과 시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젊은의사들의 진료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이후 대전협 비대위는 합의문 서명으로 파업 명분이 옅어진 점을 고려해 업무 중단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 강경론이 고개를 들었고, 의대생들 역시 국시거부 의지를 꺾지 않았다.

결국 박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대전협 비대위 집행부가 총사퇴를 선언했고, 전공의들은 병원별로 투표를 거쳐 파업 유지 여부를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병원으로 돌아왔지만 일부 병원들에서는 여전히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새벽 파업 유지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대전협 비대위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향후 상황을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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