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유한, 비알콜성 지방간염 공략 기술수출 '잭팟'
글로벌 제약사들, 시장성 높은 NASH치료제 시장 선점 경쟁 치열
2020.08.06 10:5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와 1조원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킨 비결로 무주공산인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 꼽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지난 4일 MSD에 NASH 바이오 신약물질 'LAPS-dual agonist' 기술이전을 발표하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상한가를 찍으며 장을 마감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8억700만 달러(약 1조원)이며, 이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000만 달러이다.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LAPS-dual agonist' 개발, 제조, 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 신약 후보물질은 지난 2015년 11월 당뇨 동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1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다가 지난해 7월 반환된 바 있다.

당시 얀센의 갑작스러운 변심으로 약물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지만, MSD가 '구원투수'로 등판해 기술 재수출 계약에 나서면서 이런 의혹이 불식됐다.

얀센이 손 놓은 ‘LAPS-dual agonist'를 MSD가 1조원대에 사들인 이유 중 하나로 치료제가 전무한 'NASH치료제' 확보에 대한 니즈가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방간염은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염(NAFLD)과 많이 먹어서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나뉜다.

이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세포 사이에 지방이 축척되며 발생한다. 비만과 연관돼 생기는 만성질환으로 NAFLD 환자의 20% 정도가 다음 단계인 NASH로 넘어가게 된다.

NASH는 지방간 상태에서 지방증, 염증, 섬유화로 진행된다. 비만, 당뇨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NASH 환자의 20% 정도가 간경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NASH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NASH 치료시장 규모가 2016년 6억1800만 달러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45%씩 성장해 2026년 253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MSD는 얀센이 완료한 임상2상 데이터를 보고 이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고 여겨 기술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은 체내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기전을 갖는다. 한미약품이 보유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약효 지속력을 강화했다.

MSD 임상 연구센터 당뇨/내분비내과 총괄 샘 엥겔 박사는 "MSD는 이 후보물질 개발을 계속하며,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의미 있는 의약품 개발'이라는 우리의 사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SD뿐만 아니라 NASH치료제 개발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4월 길리어드사이언스는 NASH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던 셀론서팁(Selonsertib)의 임상 3상이 실패했다.

노바티스, 앨러간, Madrigal, Intercept 등도 NASH와 관련된 다양한 물질들을 타겟팅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에 앞서 지난해 잭팟을 2건이나 터뜨린 유한양행도 NASH치료제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사이언스와는 8000억원대,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원대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사들인 'YH25724'는 애초 당뇨와 비만치료제로 개발되다가 2016년부터 NASH로 빠르게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NASH를 치료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 바이오 의약품 기술수출 사례였다.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성공 사례들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무주공산인 NASH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자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이 기술이전한 LAPS-dual agonist는 2019년 7월 얀센으로부터 반환된 의약품으로 사실 한미약품 기업가치 산정 시 가치가 제로인 물질이었다"며 "이번 기술이전은 기술이
반환됐다고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반환 당시 사유는 혈당강하 효과가 기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지만, 당시 비만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혈당과 관련 없는 비만과 관련된 질환으로 적응증을 변경하면 되는 것이고 분명 머크는 얀센이 수행했었던 임상 2상의 결과를 분석한 뒤 충분히 NASH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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