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률 좋은 '렌비마', 간암 1차치료제 의미 매우 커'
유수종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2020.08.02 22: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렌비마'는 오랜기간 동안 옵션이 하나 뿐이던 간암 1차 치료제 분야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기존 1차 치료제 대비 비열등성이 확인된 제품으로 전체 생존기간은 물론 무엇보다 탁월한 객관적 반응률로 환자와 의료진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9년 1차 치료제로 급여화가 이뤄진 후에는 존재감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다수의 환자들에게 렌비마 치료를 해온 유수종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를 만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렌비마 효과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렌비마 1차 처방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  
A. 최근 진료했던 사례 중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돼 본원에서 추적 관찰을 하다가 2013년에 간암으로 진단 받은 70대 남성 환자가 있다. 진단 당시 간 공여자가 있다면 이식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이 간에만 국한돼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공여자가 없었고, 간경화까지 동반돼 수술이 어려웠다. 그래서 근치적 치료법으로 경피적 에탄올주입술(PEIT)을 시행했는데, 초반에는 치료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암이 계속 진행됐다. 고주파열치료술(RFA)도 세 번하고 경동맥화학색전술(TACE)도 여덟 차례 시행했지만 반복된 재발로 올해 폐와 복강 내 전이 병변을 발견했다. 이러한 경우 TACE와 같은 국소적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전신항암화학요법(이하 전신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전이 돼도 암이 일부 국한된 곳에만 있으면 방사선 치료를 고려하기도 하는데, 이 환자는 폐에는 암이 다발성으로 전이됐고 복강 내에도 여러 곳에 암이 전이돼 있어 결국 전신요법을 결정했다.
 
Q. 해당 환자께 렌비마 치료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A. 렌비마는 임상연구 결과 우수한 반응률을 보여줬고, 하위그룹 분석을 통해 B형 간염에서 기인한 간암 환자 대상 치료효과가 더 좋다는 것이 확인됐다. 앞서 소개해 드린 환자의 경우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이었기 때문에 렌비마 치료를 고려하게 됐다. 환자분께 렌비마를 권유할 당시만 해도 기존 치료제인 ‘소라페닙’만이 널리 사용되던 시기라 ‘렌비마’라는 약제 자체를 낯설어 하는 분들이 많았고, 또한 부작용에 대한 공포감이 널리 퍼져 있어 전신치료 자체를 꺼려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환자분께 두 치료제의 장단점에 대해 모두 말씀 드리고, B형 간염에서 기인한 간암 환자에 대한 렌비마 연구 결과도 설명해 드렸더니 렌비마 치료를 흔쾌히 수락하셨다. 환자분과 10년 가까이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해오고 있었고, 그 동안의 치료 성적도 나쁘지 않아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것도 치료 결정을 수월하게 한 요인이었다. 
 
Q. 치료 결과, 효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는지 
A. 렌비마는 치료 효과가 있을지 여부가 초반에 명확히 갈리는 편이다. 보통 종양표지자가 드라마틱하게 떨어지면 치료 반응도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언급한 환자분도 치료 초반부터 AFP , PIVKA  등의 종양표지자 수치가 모두 낮아졌다. 3개월 후 복부나 폐 CT 영상 소견을 추적 관찰 했을 때는 종양표지자 감소에 맞춰 종양 크기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보통 종양 크기가 베이스라인(기저 사이즈) 대비 30% 이상 줄어들면 부분 반응(PR)이 있다고 하고, 완전히 줄어들면 완전 반응(CR)이라고 하는데, 이 환자는 치료 후 3개월 만에 부분반응까지 달성한 상태이다. 렌비마 치료를 권유한 의료진과 치료를 승낙한 환자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다.
 
Q. 간암 치료에서 반응률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간암을 포함한 모든 암종에서 OS 개선은 중요한 요인이지만, OS 개선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초기 치료반응을 보고 환자의 생존기간을 추측하기도 한다. 경험상으로도 초기 치료반응이 생존기간 연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반응이 좋으면 다른 치료법과의 연결도 가능해진다. 간암의 경우 종양이 크고 개수가 많더라도 전이나 혈관 침범이 없으면 중간 병기로 판단해 TACE를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크기가 너무 크거나 개수가 너무 많다면 TACE만으로 치료하기에는 부담이 있고 부작용 발생률도 높아진다. 이 때 렌비마와 같이 반응률 좋은 치료제를 사용해 종양 크기가 줄면, 그 다음 TACE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될 수도 있다. 높은 반응률이 전신치료와 다른 치료법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Q. 렌비마가 이처럼 진행성 간암에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렌비마, 소라페닙과 같은 표적치료제는 암세포가 자라는데 필요한 성장인자를 정밀 타격하듯이 차단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며,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간암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표적인자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렌비마가 소라페닙보다 더 다양한 표적인자를 차단한다. 특히 섬유아세포증식인자수용체(FGFR)는 간암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FGFR는 1부터 4까지 여러가지가 있는데, 렌비마는 아형과 상관없이 이러한 인자들을 고루 잘 차단하기 때문에 초기 반응이 더 좋은 것으로 예상된다.
 
Q. 렌비마 치료에 대한 환자분의 반응은? 부작용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보통 효과가 좋은 치료제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렌비마 역시 부작용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단백뇨나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환자들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의료진이 모니터링 및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달리 렌비마 투약 시에는 손발의 피부가 벗겨지는 부작용은 적게 나타나는 편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부작용 때문에 렌비마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환자는 거의 없었다.

"반응률 좋으면 생존기간에 긍정적 영향 줄 수 있고, 다른 치료법과도 연계 가능"
"렌비마 등장으로 선택가능 옵션 늘고 개인에 맞는 치료제 선택 가능해 고무적"
"부작용 적고 임상 현장에서 렌비마 치료 중단 요구 환자 거의 없어, 의료진 자율적 진료 권한 인정 필요"
 
Q. 간암 1차 치료옵션으로 ‘렌비마’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교수님 의견 
A. 환자에게 치료옵션이 하나가 있느냐, 두 개가 있느냐는 천지 차이다. 렌비마가 나오기 전 간암 1차 치료옵션은 단 하나 뿐이었다. 효과가 좋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환자에게 해당 약이 맞지 않은 상황이어도 쓸 수 밖에 없었다. 렌비마의 등장으로 1차 치료옵션이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치료제가 하나 밖에 없을 때는 해당 약을 환자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면 환자가 의료진을 원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반면 치료옵션이 두 개 이상이 되면, 환자가 치료제들의 장단점을 충분히 듣고 의료진과 논의해 약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치료에 임하는 환자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하고, 보다 굳건하게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 암이 B형 간염에 기인한 것인지, C형 간염에 기인한 것인지에 따라 환자 본인에게 더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도 있게 된 것 또한 좋은 점이다.
렌비마 등장으로 인한 변화가 한가지 더 있다. 이전에는 1차 치료옵션이 하나 뿐이라 TACE를 최대한 늦게까지 시행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전신치료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1차부터 여러 옵션이 생겨 전신치료의 시행 시기가 이전보다 더 앞당겨지고 있다. 렌비마와 같이 반은 좋은 약제로 인해 다른 치료법으로 연결도 가능해 지면서 나타난 변화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치료 트렌드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Q. 렌비마 선택을 망설이는 환자나 의료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A. 좋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제를 두고도, 제도 문제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렌비마 약점으로 후속 약제의 부재가 꼽히는데, 렌비마를 1차로 사용해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2,3차 치료가 아예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렌비마를 1차에서 선택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특히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렌비마를 우선 고려해볼 수 있겠다.
 
Q. 간암 치료 관련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렌비마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치료제이지만 후속 치료옵션이 부재하다는 것이 의료진과 환자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일본은 렌비마 치료 실패 시 전문의 판단에 의해 소라페닙이나 레고라페닙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같이 환자를 위해 의료진의 진료 자율성을 조금 더 보장해줬으면 한다.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제도적 문제로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환자 치료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렌비마 이후 등장할 신약들이 많을 텐데 모든 약제를 시퀀싱(Sequencing) 조합에 대해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사한 개념의 치료제고, 비슷한 차수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환자가 모든 무기를 사용해 볼 수 있게 사용을 허가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약제 사용의 길을 열어 간암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사용하고 이로 인해 최적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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