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단백에 꼼짝 못하는 요로감염균, 무항생제 치료 가능?
당사슬로 유도해 세균 잡는 유로모듈린 기제 확인
2020.07.07 07:59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요로감염은 방광이나 신장에 세균이 들어가 소변 속에서 번식하는 걸 말한다. 가장 흔한 게 방광염이고 심하면 신우신염으로 진행한다.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대장균(uropathogenic E. coli)은 머리카락처럼 자라는 섬모로 방광이나 요로의 세포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킨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선 요로감염을 막는 당단백질 유로모듈린(uromodulin)이 생성된다.
 

전체 인구의 약 70%가 이 단백질 생성 정보를 가진 유로모듈린 유전자 변이형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사람은 다량의 유로모듈린을 생성해 요로감염 위험도 그만큼 낮다.

 

이 유로모듈린 단백질이 요로감염을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건 항생제를 쓰지 않는 감염질환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련 논문은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최근 실렸다.
 

5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감염 차단의 열쇠는 유로모듈린 표면의 당사슬(sugar chain)에 있었다.
 

유로모듈린은 대장균의 섬모를 유인해 요로 세포와 붙지 못하게 했다. 대장균의 섬모는 표적 세포 대신 유로모듈린의 당사슬과 강하게 결합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유로모듈린은 약 400개의 단백질 분자가 연결된 긴 필라멘트 구조를 가졌다. 이 필라멘트 연결 부위마다 독특한 패턴의 당사슬이 들어가 있는데, 대장균의 섬모는 이 당사슬에 이끌려 결합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렇게 유로모듈린의 필라멘트로 덮어 씌워진 대장균은 요로 세포에 감염할 능력을 상실했다.
 

유로모듈린 하나는 몇 개의 대장균 개체를 이렇게 중화했고, 감염 능력을 잃은 대장균은 소변에 섞여 배출됐다.


연구팀은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 샘플을 분석해 이런 실험 결과를 재확인했다.
 

종전에도 요로감염증 환자에게 설탕 마노스(sugar mannose·6탄당의 일종)가 포함된 약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어느 정도 감염 차단 효과도 봤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무항생제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것으로 과학자들은 평가한다.
 

논문의 제1 저자 중 한 명인 예시카 슈타니지히 박사과정 학생은 "세균의 섬모가 유로모듈린 표면에 존재하는 슈가 모노스 외의 다른 당과도 결합한다는 게 밝혀졌다"라면서 "여러 종류의 당을 복합해 쓰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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