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병원계 중책 맡은 '3인'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조한호 중소병원협회장·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
2020.07.01 12:14 댓글쓰기



과연 이들은 난세의 영웅(亂世英雄)이 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 한 복판에서 대한민국 병원들을 대표하는 단체장 3명이 교체됐다. 유례없는 신종 감염병 사태에 따른 국내 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국임을 감안하면 신임 단체장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형용이 힘들 정도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경영난 해소’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고 본격적인 회무에 들어갔다. 맏형 격인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를 위시해 대한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과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에 이르기까지 병원계 대표단체장 3인방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편집자주/사진 左부터]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재난특별수가 도입”

“대한병원협회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병원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겠습니다.”

지난 5월 취임한 제40대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의 피해 복구를 위해 혼신을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정영호 회장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병원계는 미증유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병원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병원경영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며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모든 회무를 집중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병원 피해 복구 및 보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성해 정부와 상시 협의체계를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급여비 선지급, 선별진료소 및 국민안심병원 실비보상, 장기저리융자 조기시행, 신용보증기금 융장, 메디칼론 상한 확대, 기존 대출금 원리금 상한 유예 등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정영호 회장은 “정부 역시 의료기간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일련의 보상 및 지원사업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전염병 발생이 계속됨에 따라 최전선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병원들을 위한 ‘재난특별수가’ 도입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의료인력과 병원 인프라는 전염병 대응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며 “일선 병원들이 경영손실 걱정없이 전염병과 맞설 수 있는 진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전염병 발생에 따른 환자수 감소가 병원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생존을 위해 의료인력을 감축하는 악순환 구조에서는 전염병 대응이 힘겨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전국 병원들은 현재 선지급 진료비나 메디칼론, 융자지원과 인건비 등 지출 비용을 최대한 아껴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7월부터는 선지급된 진료비 마저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감염병 극복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병원들을 위한 뉴노멀 수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 “이익단체 역할 충실”

6월 12일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 추인을 받은 대한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이익단체의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한호 회장은 “협회의 정체성은 이익단체인 만큼 회원병원들의 이익 극대화에 회무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안정적 경영환경 구축은 임기 내내 추구할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최대 현안인 만큼 중소병원들만을 위한 코로나19 TFT를 꾸려 손실보상을 비롯한 경영난 해소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어려움이 컸던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최근 산발적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수도권 병원들이 TFT를 주도토록 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병원별로 갖고 있는 경영 노하우를 취합, 표준화하므로써 모든 병원들의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닌 이익단체로서 병원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 수행도 지향하는 바다.

그는 “정부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원들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 단체별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라도 합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정신병원, 전문병원 등 중소병원협회 산하에 세분화된 직능과 직역 간 화합과 상생 노력도 협회의 핵심 회무라고 강조했다.

조한호 회장은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각 직역 산하 병원들 참여 확대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발로 뛰며 회원병원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러한 모든 회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협회의 재정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취임과 동시에 ‘1억원’이라는 거액의 운영자금을 쾌척했다.

사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해 병원계 유관단체장들이 취임 후 협회에 기부한 사례는 왕왕 있었지만 ‘1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일선 단체장들이 모교나 재직 중인 병원에 기부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협회 운영비로 거액을 희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대한중소병원협회 한 해 예산이 3억원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조한호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병원들을 위해 활동하기 위해서는 협회 재정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왕 협회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 제대로된 회무를 통해 중소병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거창한 포부가 아닌 회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 “병원 경영 정상화 총력”

금년 5월 임기 도중 사의를 표명한 김갑식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신임회장은 말 보다는 행동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 타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학술위원장, 대한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서초구의사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구축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고도일 회장은 취임 직후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동부시립병원, 서북병원 등 서울시 소재 공공의료기관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진자 입원치료를 담당했던 이들 병원의 고충을 전해듣고, 향후 재유행에 대비한 병상 수급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민간 의료기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을 비롯해 한양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을 찾아 애로점을 청취했다.

이들 의료기관의 경우 공공병원과는 또 다른 고충이 있음을 전했고, 고도일 회장은 서울시병원회 차원에서 간접손실에 대한 보상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진 중소병원의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취임 이후 회원병원들을 위해 쉼 없이 뛰어다녔다.

고도일 회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회원병원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병원들의 고충 수렴에 그치지 않고 보건당국을 만나 일선 병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고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무표 서울·강원본부장과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병원계 경영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도일 회장은 “서울시 300여 회원병원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며 “병원들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데 건보공단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병원계의 어려움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논의했다.

고도일 회장은 “공공병원과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 각 유형마다 각기 다른 고충을 갖고 있었다”며 “협회 차원에서 조율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과의 소통은 협회의 가장 중요한 회무 중 하나”라며 “수 개월이 걸리더라도 모든 회원병원들과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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