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술 후 뇌손상···'병원 5731만원 배상'
법원, 진료기록부 부실기재·설명의무 미흡 등 과실책임 '40% 제한'
2020.03.31 05: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방흡입술을 받다가 사지마비와 언어장애 등 뇌손상을 입은 환자 A씨 측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판부가 병원 과실을 40% 인정하고 5731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앞서 2013년 A씨는 이사건 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을 받다가 마취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A씨는 이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사지부전마비 ▲인지저하 ▲일상생활동작저하 ▲언어장애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에 A씨 측은 "의료진이 수술 전에 혈액검사를 하지 않아 장애를 유발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지식이 충분한 의료진 감독 하에 마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A씨 마취 과정에서 활력징후를 계속 살펴야 하는 경과 관찰의무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으며, 수술 전 뇌손상과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의무도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료진은 "A씨의 무산소성 뇌손상은 응급처치와는 무관하게 지방색전증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때문에 "마취 및 수술 전에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뇌손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측은 "지방흡입술 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혈액검사는 환자의 체질적인 소인을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 수술 후 환자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출혈 경향에 대한 검사"라며 "A씨 무산소성 뇌손상은 의료진이 통제할 수 없고 출혈과 전혀 무관한 지방색전증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또한 수술 전 문진을 통해 A씨로부터 최근 혈액검사에 관한 진술도 들었으며, 이학적 검사와 결막 검사를 통해 빈혈 소견이 관찰되지 않음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술 직전 환자 감시장치를 적용해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정상 상태임을 확인했던 이상,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장애를 유발시켰다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투약 과정에서는 전문지식을 가진 담당의가 입회했고 의료진이 2시간 30여분 수술에서 5회 활력측정을 했다고 밝혔다.
 

설명의무가 불충했다는 A씨측 주장에 대해선 "진료기록부에 '출혈, 감염 발생 가능', '지방색전증 등의 호흡곤란 드물지만 발생 가능'이라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대립하는 양측 의견을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중점적으로 살핀 것은 진료기록이다.
 

A씨 측은 의료진 측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수술기록지가 분 단위로 특정되지 않아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정확한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수술실 CCTV 영상이 삭제된 점도 지적했다.
 

이에 의료진 측은 "응급조치를 하느라 수술기록지를 뒤늦게 작성하는 과정에서 분단위 특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CCTV영상은 보안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폐기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련의 주장들을 바탕으로 A씨 측은 의료진에 70%의 책임비율이 있다고, 의료진 측은 20%의 책임만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우선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단 사실에 재판부는 "환자 A씨로부터 최근 혈액검사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이학적 검사와 결막 검사 등을 시행한 것만으로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활력징후를 충분히 측정하지 않았단 주장에 대해선 의료진 측이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진료기록상 내용이 미비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부가 부실기재된 경우 환자 측 주장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특정한 과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료기록상 통상 기재되는 중요 내용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측은 10분 간격으로 활력지수를 측정했다고 하나 이를 입증할 근거가 마땅히 없는 이상, 부실기재로 인한 불이익은 의료진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CCTV 영상이 부재한 것에 대해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폐기를 방치한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료기록부상 증명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진 측 주장처럼 "지방색전증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뇌손상이 일어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의료진 측 미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에 따른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며 "진료기록부에 '출혈, 감염 발생가능', '지방색전증 등 호흡곤란이 드물지만 발생 가능'이라고 기재된 것만으로는 전신마취 및 지방흡인술의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에 관해 위험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행위 특성을 고려해 의료진 과실비율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의학전문지식이 바탕이 되는 의료행위는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돼 있는 점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는 점 ▲의료진이 모든 기술을 다해 진료를 해도 예상 외 결과가 생길 수 있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뇌손상에 체질적인 소인이 일부 개입될 여지가 있는 점 및 의료진측 주장처럼 지방색전증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하고 의료진에 5731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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