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구급의학 최전선에서 헌신 응급의료지도의사들'
이경원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회 이사장
2020.01.04 07:0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 마산소방서는 최근 마산역 광장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켰다. 당시 마산 소방서 119구급대는 마산역 광장에서 6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없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급대원은 지속적인 심폐소생술과 심장 충격 등 응급처치를 진행해 자발 호흡이 돌아와 소생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마산소방서는 이번 사례에서 의사에 의한 정맥로 확보 등 직접의료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처럼 의사 직접의료지도에 의한 응급환자 초기처치 사례가 많아지면서 소방청은 작년 12월부터 전국적으로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힘든 여건 불구 환자 생명 사수 위해 400여 전문의 분투" 
 
이경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사진]는 “현재 9개 권역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국민들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에서 전국적으로 직접의료지도의사를 조직하고 관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8일 제 57주년 소방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은 이 교수는 “전국에서 고생을 자처하며 나선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대표하여 표창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응급구조사인 일반 119구급대원은 응급의료 법률에 따른 제한된 응급처치만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긴급한 현장에서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보건복지부, 대한응급의학회 등과 함께 ‘119구급대원 응급처치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준비했고, 시범사업을 통해 119구급대원이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기존 14개 사항에서 7개를 추가, 21개로 늘렸다.
 
확대되는 7개 항목은 ▲흉통 응급상황에서 12유도 심전도 측정 ▲응급분만 시 탯줄 절단 ▲중증외상환자 진통제 투여 ▲중증 알레르기 환자 강심제(에피네프린) 자동식 주사 투여 ▲성인 심정지 환자에서 강심제(에피네프린) 투여 ▲산소포화도ㆍ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 ▲혈당 측정 등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19구급대원 응급처치 범위 확대 기여”

소방청은 이처럼 긴급한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의료행위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응급환자 예방가능 사망률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확산 숨은 공로자는 관제실에서 구급대원들에게 직접의료지도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꼽힌다.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지도는 전년 대비 48.1% 증가한 4557건이다. 응급 정보제공은 전년 대비 50.5% 늘어난 1만1857건으로 나타나는 등 전문의에 의한 의료지도 수요는 늘어가는 추세다.
 
현재 직접의료지도사로 활동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400여 명이다. 이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가 주축이 돼 사업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한응급의학회의 경우 현재 약 2,0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데, 이 중 구급현장 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회원은 10~20% 정도”라며 “힘든 업무인 만큼 동참하는 회원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것은 물론, 마땅한 명예나 보상 없는 상황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시범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들 의사들은 각 권역별로 배치된 관제실까지 수십km 떨어진 곳을 찾아가 밤샘근무를 한다.
 
이 교수는 “나이트 근무를 하면 보통 30~40만원 수당이 지급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응급의학과 의사들 노력과 수고를 생각하면 적다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사명감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도의사 권한 명확하지만 약제 사용 지침은 보완 필요"
 
앞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119구급대원 응급처치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두고 “면허나 자격체계 혼돈이 일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특히 구급지도의사에 대해선 명확한 권한과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다. 때문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때 법적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구급지도의사 역할과 권한은 관련 법률에 명문화돼 있다”며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적인 내용을 계속해서 살피고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119구조 구급에 관한 법률’ 25조2항은 ‘구급지도의사’의 업무로 ▲접수된 구급신고에 대한 응급의료 상담 ▲응급환자 발생 현장에서의 구급대원에 대한 응급의료 지도 ▲구급대원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등을 명시한다.
 
또 소방청 훈령2호에서는 '구급지도의사 운영에 관한 규정'이 20개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업무 범위 확대에 따른 또 다른 의료계 우려는 바로 안전 문제다. 심폐소생술이나 아나필락시스 환자를 처치할 때 쓰이는 강심제 에피네프린 사용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병원 이송 전단계인 현장 구급 상황에서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직접의료지도를 받는다고 해도 비의료인 구급대원들이 다루는 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 에피네프린 투여여부 결정 및 만약 쓴다면 얼마나 써야 하는지 등의 기준에 대한 근거가 아직은 명확치 않다. 그러나 각 사례마다 지도의사가 심정지 상황을 영상통화로 최대한 자세히 살피도록 하고 있으며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약제사용 가이드라인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응급의학 역사는 미국 50년인데 반해 한국은 30년 정도로 다른 분야에 비해 깊지는 않고 특히 구급의학(EMS)의 경우 미국조차도 2013년경 응급의학의 세부전문분야로 인정받았다”며 “새로운 학문이고,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이 충분히 정립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응급의학과 구급지도의사 제도는 향후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구급지도의사는 현재 법제화되고 발전해나가는 단계로 소방청과 협력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메디컬 디렉터(응급의료지도의사) 역할을 하는 의사는 필수적이며, 의사 없이는 구급의학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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