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인후염 기관절개술 후 뇌손상···'의사 배상책임 없다'
재판부 '급성인후염 진단 직후 응급처치 필수 아니고 순차적 처치' 인정
2019.11.18 12:3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응급실에서 급성인후염 진단을 받은 뒤 같은 병원 이비인후과에서 편도주의 농양을 진단받고 기관절개술을 받다가 결국 뇌에 영구적인 혀혈성 손상을 입은 환자에 의료진 배상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환자가 초기 내원시점 당시추가 검사를 거부한 점과 및 환자 증상과 처치 과정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를 바탕으로 이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소홀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이창형)은 이 병원에 내원했던 환자 A씨가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11억79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목 통증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화성 소재 한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의사는 급성인후염을 진단했지만 A씨는 검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의사는 A씨에게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소염제, 항생제)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후 증상이 악화되면 정밀검사를 해보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A씨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사흘 뒤 응급실에 다시 내원했으나 여전히 검사를 거부했다. 의사는 A씨가 증상 조절만 하기를 원하자 특별한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튿날 A씨는 이 병원 이비인후과에 내원했다. 그를 진찰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편도주위 농양 의증을 진단하고 입원 조치했다.
 

같은 날 A씨에 대해 CT검사를 시행한 결과, 우측 편도주위 농양이 동반된 급성편도염 및 심경부 감염이 동반된 급성후인두염 소견을 보였다.
 

이후 A씨는 인후통을 호소하면서 진통제 투여를 요청했다. 숨찬감과 오한에 대해서는 호소하지 않았고, 육안으로는 부기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침흘림 및 기도폐쇄 증상을 보였고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에 의료진은 흉부압박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앰부배깅을 시행했고 또 4차례에 걸쳐 기도 내 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A씨의 산소포화도는 30%로 측정됐다.
 
또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자 A씨 산소포화도는 같은 날 95%로 확인됐다. 산소포화도가 돌아온 뒤 의료진이 A씨에 대해 뇌파검사를 시행한 결과 중증의 광범위한 대뇌기능 이상이 확인됐다.
 

이후 A씨는 뇌의 영구적인 허혈성 손상이 유발돼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그러자 A씨 가족은 의료진의 초기 진료 미비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처음 내원했을 당시 설령 추가 검사를 거부했다 할지라도 급성인후염에 대해 입원 등 처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치료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후 부종과 편도 비대로 인한 기도폐쇄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위험을 알려어야 했으며, 이비인후과 협진을 통해 충분한 치료를 시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생명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절개술을 시행하면서 튜브가 빠져나오지 않게 주의를 하지 않아 발관되도록 방치, 산소공급이 적절하
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배상의무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A씨 가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면서 "의사가 당시 의료시설과 환자상태를 고려해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某 대학병원장(이비인후과)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를 미뤄 봤을 때 편도주위 농양에 대한 치료는 절개 및 배농이 필요하나 진단 즉시 응급으로 시행해야 하는 조치는 아닌 바, A씨 입원 이후 CT 검사와 항생제 투여 및 배농절제술을 순차적으로 계획한 의료진 처치에 주의의무 소홀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A씨가 숨찬감을 호소한지 10분만에 기도 폐쇄가 관찰됐고 심정지까지 이르는 등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도폐쇄 후 즉각 기도삽관을 시도한 노력 또한 인정했다.
 

또한 기관절개튜브 발관 및 재삽관 과정에서의 의료 과실 여부는 ▲A씨 경부 움직임으로 기관절개 튜브가 빠졌을 가능성 ▲A씨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앰부백 및 산소튜브가 당겨지면서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됐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 의료진에게 기관절개튜브 발관 및 재삽관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A씨의 광범위한 중증 대뇌기능 이상 및 전두엽 간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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