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나보타 균주 논란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두 회사 균주가 다르다고, 메디톡스는 대웅이 훔쳤다고 주장하는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15일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일부 공개하며, 메디톡스와의 미국 소송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보고서는 나보타 균주가 메디톡스와 다름을 입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 7월 ITC 재판부 결정으로 양사 균주를 각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감정시험을 진행했다. 메디톡스 전문가 보고서는 9월 20일, 대웅제약의 반박보고서는 10월 11일 제출됐다.
메디톡스의 폴 카임(Paul Keim) 교수는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에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이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 동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웅제약 측 전문가인 데이비드 셔먼(David Sherman) 박사는 반박 보고서를 통해 "메디톡스 측 유전자 분석 방법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부분적인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메디톡스측 방법 대신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WGS)의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 균주가 차이를 보이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셔먼 박사는 양사 균주의 16s rRNA 유전자 염기 서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밝혀냈다. 16s rRNA 유전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느리게 진화하므로 이 유전자 서열이 서로 다른 균주 간에는 근원적 차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폴 카임 박사는 양사 균주 유전자에서 보이는 일부 차이는 균주 증식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라고 설명했지만 셔먼 박사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의 직접 비교 분석에서 나타난 수많은 차이는 단순 계대 배양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일 수 없으며, 양사의 균주가 별개 근원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는 것이다.
양사 균주의 포자 형성 시험결과에 관해서도 양측 보고서 주장이 엇갈렸다.
메디톡스는 그동안 "자사 균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어떤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홀A하이퍼"라고 주장해왔다.
대웅제약이 이와 동일한 특성의 균주를 분리동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었다.
반면, 이번에 제출된 메디톡스 측 앤드류 피켓(Andrew Pickett) 박사 보고서는 대웅제약 측 팝오프(Popoff) 교수의 감정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포자 감정을 시행한 결과,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는 그동안 널리 알려진 사실 및 메디톡스가 스스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메디톡스 균주가 실제로 포자를 형성한다면, 메디톡스 균주가 당초부터 홀A하이퍼가 아닌 다른 균주였거나 포자감정에 사용된 균주가 메디톡스의 본래 사용 균주가 아닌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 측 브렌다 윌슨(Brenda Wilson) 박사는 "메디톡스 측 피켓 박사 시험 내용에 여러 가지 오류가 있어 타당성에 의문이 들 뿐 아니라, 설사 시험에 오류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두 균주의 포자형성 특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두 균주는 열처리 및 혐기, 호기, 배양기간 등 총 18가지 조합의 시험조건에서 오직 8개 조합에서만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고 나머지 조건에서는 모두 불일치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정밀한 전체 염기서열 비교분석을 통해 양사 균주가 유전형이 서로 다름을 명백히 입증했을 뿐 아니라 포자를 형성하는 표현형도 명확히 구별됐다. 이를 통해 양사의 균주는 전혀 근원이 다른 것이 과학적으로 최종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웅제약이 균주를 독자 발견한 것이 이번에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돼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해졌다”며 “빠른 시일 내 소송을 마무리하고 메디톡스에 무고(誣告) 등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