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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2019년 09월 22일 19시 55분 ]
[기고]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득이한 상황도 존재한다.
 
영업정지 또는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아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경우나 신용상태 문제 등으로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법에는 이른 바 사무장병원, 이중개설의 경우에는 금지 규정과 함께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의료인이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대여해준 경우에도 금지 및 처벌 규정이 있다. 그러나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대해 금지규정은 있으나 처벌규정은 없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신용불량 등으로 자신 명의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의료인 명의로 개설하고, 명의를 대여해준 의사에게는 월급을 지급했다.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검사가 기소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게 사기죄에 해당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비록 의료법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 개설·운영되는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실시한 요양급여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달리,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해 별도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설령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개설·운영돼 의료법을 위반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결국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 내지 요건이 흠결되지 않는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018년 국회에 상정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2019827일 개정되고 20191128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법 조문에 의하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됐을 뿐 처벌 규정은 신설되지 않았다.
 
하지만 입법자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처벌규정은 언제든 신설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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