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예상못한 변이 유발 가능성'
김진수 IBS 단장 '변이 발생 과정 불명확하지만 주의 깊은 관찰 필요'
2018.07.17 08:35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유전체 내 특정 유전자를 정확하게 제거 또는 교정할 수 있어 암 등 난치병 치료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가 예상치 못한 변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 앨런 브래들리 박사팀은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쥐 줄기세포와 인간 망막상피세포 실험을 통해 표적 유전자 주변의 염기가 수천개 단위로 결실되거나 재배열되는 오류가 낮은 빈도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교정하거나 제거하고자 하는 유전자의 DNA를 인식할 수 있는 특정 염기서열의 RNA 조각을 '가이드'로 사용해 유전체 내 표적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DNA를 염기 가닥을 잘라낼 수 있다.
 

이를 질병 치료에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나 돌연변이를 하나만 정확히 잘라내거나 교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는 암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유전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장점은 실험 결과 목표하지 않은 위치의 염기를 잘라내는 것과 같은 오류가 비교적 적어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대체로 표적 밖에 있는 작은 크기의 염기를 제거하거나 삽입하는 정도의 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래들리 박사팀은 그러나 쥐 배아줄기세포와 인간 망막상피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이번 연구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표적 주변의 염기 수천개를 잘라내거나 재배치하는 오류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교정하고자 하는 표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유전자들이나 유전자 발현 등을 조절하는 조절 염기서열에도 영향을 미쳐 세포 기능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겸임교수)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진이 표적 주변에서 대규모 염기 결실 등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으나 어떻게 이런 변이가 발생하는지는 불명확하다"며 "유전자 녹아웃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이런 오류가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이처 바이올로지 논평에서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을 체세포·생식세포 유전자 치료법에 적용하기 위한 안전 기준을 높였다"며 "향후 임상시험에서 이런 방법이 표적 외 염기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표적 내 염기에 미치는 영향도 주의해 살피고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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