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장애 책임소송, 천국과 지옥 오간 의사
대법원, 원심 파기환송···'명백한 인과관계 없다면 무죄'
2017.05.25 05:56 댓글쓰기

신생아에게 발생한 장애가 분만과정이나 치료행위와 직접적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의사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산부인과 전문의 A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2009년 산모 B씨는 산부인과 의사 A에게 임신 진단을 받았고, 2010년 8월 의사는 산모 골반이 작지만 태아의 머리 크기도 작아 자연분만이 가능하다고 판단,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산모의 자궁개대가 원활하지 않고 태아 머리 선진부 하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의사는 유도분만 진행을 중지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해 체중 2.88kg의 아이가 출산됐다.
 

분만 당시 아이는 청색증 소견을 보여 의사는 산소공급 등 조치를 취했고, 이에 아이 상태가 호전되고 활동성도 되찾았다. 또한 다양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정상으로 확인되는 등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틀 뒤 의사는 아이의 정밀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고, 검사 결과 ‘아급성 단계 뇌실내출혈’로 진단됐다. 이 후 4개월 뒤 다시 이뤄진 검사에서는 ‘사지마비성 강직성인 뇌성마비’로 확인됐다.
 

현재 아이는 인지 및 언어발달 지연으로 의사 표현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등 모든 영역에서 현저한 발달지연을 보이고 있다.
 

이에 산모는 애초 제왕절개를 했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유도분만을 실시했고, 출산 당시부터 아이에게 이상증상이 있었음에도 의사가 정상 신생아와 같이 조치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에게 경련이 발생했지만 수 시간 동안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해 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약 10억원을 손배해상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에게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의사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산모가 주장한 10억원 중 20% 가량에 해당하는 약 2억원의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산모는 손해배상 금액이 너무 적다며 상고에 나섰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의사는 산모 진찰한 후 태아 머리 크기가 임신 경과에 비해 작고 체중도 크지 않아 골반이 작더라도 자연분만을 실시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분만과정에서 의사 잘못으로 신생아에게 뇌실내출혈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이의 악결과는 뇌실내출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설령 의사가 신생아의 경련을 조기에 발견해 항경련제를 투약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결과를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타 대학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출혈성 뇌실주위 백질연화증’으로 판독됐고 이는 분만에 의한 급성 뇌손상 보다는 임신 중 장해로 볼 가능성이 높고, 선천적인 소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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