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대혈 사기극 논란…보건당국 방조
5개 시민단체, 복지부-가족제대혈은행 등 국정감사 요구
2015.07.24 20:00 댓글쓰기

우리나라 제대혈 보관사업이 국제 의학계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바른시장경제를위한국민연합, 선민네트워크, 가족제대혈피해자가족모임 등 5개 시민단체는 24일 “국내 제대혈 보관사업은 사기극”이라며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가족제대혈은행 회사들의 비리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제대혈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제대혈을 보관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사용하는 ‘가족 제대혈은행’과 타인과 질병치료를 위해 산모들이 혜택없이 기증하는 ‘기증 제대혈은행’ 형태가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기증제대혈은행’이지만 국내는 ‘가족제대혈은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박윤옥 의원실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혈은행을 운영 중인 회사 및 병원은 총 18곳이다.

 

메디포스트, 세원셀론, 차바이오텍, 라이프코드,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랩셀, 휴코드, 녹십자CELL, 알바이오, 파미셀, 굿젠, 휴림바이오셀 , 서울특별시 제대혈은행, 대구파티마병원, 차의과대학,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동아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등이다.

 

이중 5곳은 기증 제대혈은행이며, 5곳은 기증과 가족제대혈을 함께 보관하고 있고, 8곳은 가족제대혈만을 보관하고 있다.

 

올바른시장경제를위한국민연합 강사근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만 기형적으로 가족제대혈뱅킹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복지부는 가족제대혈은행의 무용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국제 의학계에서는 ‘가족 제대혈’보다 ‘기증 제대혈’을 활성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 미국, 일본의 경우 기증 제대혈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제대혈의 가족보관을 법으로 금지했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기증 제대혈은행을 장려하며 가족보관 제대혈의 무용성, 배타성을 알려 가족 제대혈은행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증 제대혈을 장려하는 배경에는 타인의 제대혈을 이식할 경우 재발률이 더 낮고 항백혈병 효과 등 훨씬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으나 ‘가족제대혈’이 갖는 한계와 위험성이 있는 탓도 크다.

 

지난 2007년 미국소아과학회는 ‘잠재적인 미래의 이식을 위한 제대혈 보관’이라는 권고사항에서 가족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태어날 때부터 발병인자를 갖고 있다면 본인의 제대혈을 사용했을 때 오히려 병의 재발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성인이 돼 제대혈 이식이 필요해질 경우에도 자신이 맡긴 제대혈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치료에 필요한 세포 수가 턱없이 모자라 추가로 타인의 제대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골수이식학회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관된 자신의 제대혈을 사용할 확률은 많게는 0.04%에 그친다고 추정했다. '가족 제대혈은행 무용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은 본인 또는 가족이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병에 걸렸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150만원에서 400만원의 고가의 보관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족제대혈은행’을 찾고 있다.

 

그러나 백혈병 등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보관해온 제대혈을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실제 지난 2014년 서 모 씨는 4살짜리 자녀의 림프종백혈병 진단을 받고, 임신 당시 가입했던 한 제대혈은행의 개인(가족)보관 제대혈상품을 통해 보관 중이던 제대혈로 치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아이 백혈병 치료에 제대혈을 쓸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서 씨는 보건복지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5개 시민단체는 “우리나라는 가족 제대혈 회사들의 난립하고 이윤 추구를 위한 상술로 인해 허위·과장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어처구니 없게도 가족 제대혈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제대혈에 대해 조혈모세포 이식에 필요한 유핵세포수 검사 등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며 “향후 제대혈이 꼭 필요한 타인에게 기증할 수도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논의 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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