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한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많을까
2009.04.15 21:47 댓글쓰기
젊음과 늙음,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왜 생기는 것일까? 몸 안을 들여다보면 이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성 호르몬의 마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르몬은 평생에 걸쳐 우리 몸을 지배하지만, 두 번 크게 요동을 친다. 바로 사춘기와 갱년기(또는 폐경기)다. 사춘기가 되면 난소와 고환에서 각각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청년, 장년기를 지나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접어들면 정반대 현상이 생긴다. 여성은 폐경을 지나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든다. '여성스러움'도 덩달아 줄어든다. 여성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남성도 남성호르몬이 줄면서 근육량이 줄고 성욕도 감소한다.

역시 '남자다움'이 줄어 든다. 이 과정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 성호르몬이다. 유병학(45·사업)·이소영(45)씨 부부와 유영진(34·학원강사)·오명희(31·학원강사)씨 부부가 '호르몬의 마법'에 관한 상담을 위해 지난 2일 오전 11시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채희동 교수와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를 만났다.

▲ 이소영·유병학씨 부부. 유병학씨가 부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나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을 지도 몰라요. 남자보다 화끈한 편이거든요"라고 했다. 부인 이소영씨는 "제가 체격이 크고 성격도 남자 같은 것은 남성호르몬이 많기 때문인가요?"라고 물었다.

→성호르몬은 성격과 관련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와 성격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사람은 성별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기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호르몬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분노도 잘 표현한다. 공간적 사고도 남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길을 잘 찾지 못하고 주차에 서투른 이유도 남성호르몬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반대로 여성호르몬 농도가 높으면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슬퍼하는 등 감성적인 성격이 된다.

#2 이소영씨는 "저는 기미 때문에 늘 걱정인데 호르몬이 기미나 여드름과도 관련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아기 피부같다'고 하면 여성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여성에게 월등히 많이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성호르몬이 많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젤리 같은 '콜라겐'이라는 성분이 많아져 피부 탄력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여성호르몬이 피부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성호르몬은 기미를 많이 생기게 한다. 평소의 수 십 배가 넘는 양의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임신기간에 기미가 잘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폐경기 때에는 기미가 줄어든다. 남성호르몬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피지 분비를 많게 해 여드름이 잘 생기게 만든다. 여드름 치료를 아무리 받아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사람은 지나친 남성호르몬 분비가 원인일 수 있다.

▲ 채희동 교수(왼쪽)와 오명희·유영진씨 부부. 유영진씨는 우람한 체격으로 남자다워 보였다. 오명희 씨는 "이이는 아마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을 거에요. 몸에 털이 많거든요(웃음)"라고 했다. 유영진씨는 "저는 팔, 다리에 털이 많은데 왜 머리 숱은 적을까요?"라고 했다.

→'내시는 대머리가 없다'는 말도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도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남성호르몬은 머리카락의 모근 수용체에 작용해 머리를 빠지게 한다. 따라서 대머리 치료를 할 때 남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효소가 분비되지 않게 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대머리 치료제를 투여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 탈모증상은 개선되지만, 성욕 감퇴나 발기 부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머리 외의 털은 차이가 있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겨드랑이, 팔과 다리, 성기 주변 등에 털이 많다. 여성 중에서도 남성호르몬이 많은 병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팔이나 다리에 굵은 털이 많이 날뿐 아니라 콧수염이나 턱수염까지 난다.

#4 오명희씨는 현재 임신 5개월. 결혼 후 4년만에 어렵게 생긴 아기다. 오명희씨는 "여성호르몬이 많은 사람이 임신이 더 잘 되나요?"라고 물었다.

→여성호르몬은 생리주기에 따라 난소에서 만들어지므로 제대로 월경을 하는 여성이라면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성호르몬이 정상 범위에 있으면 임신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임신 성공에는 여성호르몬보다 남성호르몬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여성·남성 모두에게 성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란기때 여성의 성욕이 증가하는 것도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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