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은 비용 아닌 투자 관점서 접근해야”
가우라브 카노지아 글로벌 감염병혁신연합(CEPI) 선임 사업개발 매니저
2026.05.10 16:14 댓글쓰기

감염병 팬데믹 대응 체계가 위기 발생 후 긴급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백신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을 사전에 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글로벌 감염병 대응 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백신 플랫폼 및 제조 네트워크, 규제 협력, 공평한 접근성 확보에 투자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우라브 카노지아 CEPI 선임 사업개발 매니저는 최근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글로벌 보건을 위한 펀딩과 파트너십’ 주제 발표에서 “감염병은 보건 위기이자 경제 위기”라며 “유행이 발생한 뒤 자금이 투입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전 투자를 예고했다.


그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감염병 대응은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PI, 백신 플랫폼·제조망 투자 확대


카노지아 매니저는 “감염병 유행과 팬데믹은 드문 사건이 아니다”라며 “콜레라, 엠폭스, 리프트밸리열, 조류인플루엔자, 치쿤구니야 등 다양한 감염병 위협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위협이 어디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전략적 투자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대응 속도를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 단위로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CEPI는 2027년부터 새로운 5개년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핵심은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에 대해 백신 후보물질과 제조·규제 인프라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CEPI는 주요 바이러스 계열별 백신 개발에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팬데믹 위험이 큰 바이러스군을 대상으로 대응 가능한 백신 후보와 임상시험용 비축 백신을 확보해, 실제 유행 발생 시 빠르게 임상과 생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단백질 서브유닛 백신, 바이럴 벡터 백신, mRNA 백신 등 핵심 백신 플랫폼 투자도 확대한다. 이미 준비된 플랫폼을 활용해 신속하게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는 “실제로 가동 가능한 상태로 준비돼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며 “CEPI는 백신 플랫폼과 제조 역량, 규제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EPI가 강조하는 ‘100일 미션’도 이 같은 전략 연장선이다. 100일 미션은 새로운 팬데믹 병원체가 확인된 뒤 100일 안에 백신 개발과 초기 대응이 가능토록 만들자는 국제적 목표다.

국내 기업, CEPI 제조·플랫폼 전략 핵심 파트너 부상


CEPI의 전략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직접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백신 개발, 위탁개발생산, 바이오의약품 제조, 임상·분석 인프라 측면에서 글로벌 감염병 대응 체계 주요 협력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카노지아 매니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 협력 사례를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EPI 제조 준비 전략과 연결되는 국내 핵심 기업으로 CEPI는 감염병 유행 발생 시 신속한 백신 생산을 가능케 하기 위해 백신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그는 “CEPI는 단백질 기반 백신의 신속 제조공정 구축에 최대 200만 달러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H5 인플루엔자 모델을 활용한 모의 유행 대응훈련과 공정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대량 생산 체계를 얼마나 빨리 가동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는 중요한 협력 기회가 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CEPI와 백신 개발 협력을 진행해온 국내 기업이다. CEPI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백신 개발을 지원한 바 있다.


CEPI는 또 단백질 기반 백신과 mRNA, 바이럴 벡터 등 플랫폼 투자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백신 연구, 생산 경험을 보유한 국내 기업 후속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지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 개발 역량과 글로벌 기관 협력 경험을 갖추고 있어 CEPI가 추진하는 바이러스 계열별 백신 개발, 임상용 비축 백신, 팬데믹 대비 백신 등 협력이 점 쳐진다.


그는 “감염병 유행이 발생하면 긴급 제조 역량과 수요 충족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제조 준비는 팬데믹 대응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mRNA 전달기술·치쿤구니야 백신 등 차세대 분야 투자 지속


CEPI는 향후 차세대 백신 기술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mRNA 전달기술과 열대성 바이러스 감염병 치쿤구니야 백신 확대 사례도 소개했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빠른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비용, 안정성, 전달체계, 보관·유통 조건 등에서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CEPI는 mRNA 약물 전달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기업에 460만 달러를 투자해 기존 전달체계의 이상반응을 줄이고, 단백질 발현 효율과 mRNA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카노지아 매니저는 “mRNA 백신에서는 제형과 원재료 비용이 전체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와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쿤구니야 백신에도 CEPI는 최대 413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고소득 국가 중심으로 개발된 백신이라도, 부담이 큰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도 활용되도록 구조를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백신 플랫폼 기술,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임상 개발 역량, 원부자재 공급망 등이 CEPI의 글로벌 펀딩 프로그램과 맞물릴 경우 새로운 협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백신 접근성은 구매력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이 특정 국가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백신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전략적 투자, 공동 금융, 글로벌 협력을 통해 대비를 실제 영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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