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준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세계재난및응급의학회 이사)는 최근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 주최한 강연에서 “부처마다 제각기 움직이는 구조로는 더 이상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며 “초부처 통합기구인 한국형 재난관리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사고, 그리고 일상이 된 응급실 뺑뺑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 붕괴”라며 “단일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현재 재난 관리 체계는 행정안전부·소방청·보건복지부·경찰청·지자체로 분산돼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기관 간 유기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재난 시 다중 지휘소가 난립하고 최종 책임이 불명확하다”며 “전문성은 순환 보직 속에서 축적되지 못하고 증발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신 교수가 지적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그는 “1조5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참사 당일 총 사용시간은 145초, 평균 통화시간은 3.3초에 그쳤다”며 “기관을 연결하겠다던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연결이 끊겨 생명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재난을 대형 참사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는 매일 구급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화된 재난”이라며 “병상이 없다고 거절했지만 실제로는 수용 가능했던 사례가 30%를 넘는다는 감사원 조사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병상의 90% 이상이 민간에 있는 구조에서 정부가 강제할 법적 수단이 부족하다”며 공공성의 결여를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목했다.
“단일 지휘 아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통합관리 필요”
신 교수는 대안으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재난 원인과 관계없이 표준화된 지휘 체계를 가동하는 사고지휘체계가 핵심”이라며 “누가 대장이냐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히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책임자는 단순 자문이 아니라 강력한 지휘관”이라며 “현장 지휘관과 직접 소통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른 전권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의료팀이 의사 결정 최하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병상·환자 추적 시스템을 소개하며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해 병상을 자동 집계하고 환자 이동을 중앙 서버에 기록한다”며 “말이 아니라 데이터로 지휘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상 있느냐고 전화 돌릴 시간이 아니라 시스템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영국 등도 통합 지휘체계와 지역 중심 대응 모델을 강화하며 재난 대응 역량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토대로 신 교수가 제안한 것은 ‘한국형 재난관리청’ 설립이다.
그는 “부처 경계를 넘어 자원을 강제 배분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초부처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며 “단일 지휘 체계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 통합 관리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방과 의료를 단일 지휘소로 통합하고, 의료 지휘관에게 법적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119와 병원 EMR을 연동한 실시간 병상관리 체계, 환자 이송 추적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재난 선포 시 민간상급종합병원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법적권한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성이 없으면 재난 대응도 없다”며 “재난 대응은 전시 상황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통합 재난관리청 설립과 재난안전법 개정을 위한 입법 청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형 재난관리청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기존 기관을 배제하지 않고 퍼포먼스를 최적화하는 조율 기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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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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