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R&D 성과'와 고마진 품목을 앞세워 체질을 한층 강화했다. 신약과 복합제, 해외사업 확대, 직접 생산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약가인하 정책으로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신약 중심, R&D 중심 전통 제약사의 실적 기대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상위 10대 주요 제약사 대부분이 실적 경신을 이어갔다. 자체 개발 신약 로열티, 복합제 처방 확대, 해외 매출 등에 실적 개선폭이 컸다.
자체 신약이 실적 주효…유한양행·녹십자·대웅·HK이노엔 外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2조1866억원, 영업이익 1044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2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각각 5.7%, 90.2% 상승한 수치다. 실적 개선 핵심은 ‘기술료 수익’이다.
지난해 기술료 수익 1041억원이 반영됐고, 4분기에만 703억원이 발생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항암 신약 '렉라자' 중국 진출 관련 마일스톤(690억원 수령) 등도 실적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9913억원으로 18.5%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115.4%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 혈액제제 ‘알리글로’ 판매가 본격화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미국에서 1억600만달러(1511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11% 확대됐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5709억원, 영업이익 19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4%, 33.0% 증가한 수치다. 2021년 이후 5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처방금액 900억원,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처방금액 118억원,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매출도 2289억원으로 19.0% 성장했다. 나보타의 경우 수출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액 1조 6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판관비 및 연구개발비 증가와 일회성 요인(법인세환급)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1조631억원으로,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110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5%, 25.7% 늘어난 수치다.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지난해 처방액 2179억원으로 시장 1위를 지켰고, 성장세를 유지한 점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코프로모션 품목 매출 기여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한미·보령·JW중외, 복합제 중심 처방 확대 눈길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 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19.3% 증가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로, 영업이익률 역시 전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은 16.7%을 달성했다.
복합신약 ‘로수젯’이 외래 처방금액 2279억원을 기록하며 처방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했고, 연간 외래 처방금액 1조원을 넘기며 선두권을 공고히 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도 매출 4024억원으로 성장을 뒷받침했다.
보령은 매출 1조360억원으로 1.9%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55억원으로 21.4% 뛰며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회사 자체 품목 매출은 5503억원으로 11.5% 늘었고, 판권 인수 품목(젬자·자이프렉사·알림타 등)의 직접 생산 전환을 통해 원가 구조를 개선한 점이 이익 확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매출 7748억원, 영업이익 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7%, 13.5% 증가했다. 리바로·리바로젯·리바로브이 등 '리바로 패밀리' 매출이 1893억원으로 16.9% 늘었다.
주력 제품군의 확장 효과가 확인됐다.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매출도 726억원으로 48.5% 증가했다.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ETC) 부문과 해외사업 부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745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16.3% 늘었다. 영업이익은 272억원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향후 실적 상승 기회로 자체 개발 신약 처방 확대 지속, 해외 매출(수출·현지법인)의 안정적 성장, 기술료·마일스톤 등 일회성 요인 반복 가능성, 원가 구조 개선 등으로 보고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수익성 중심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R&D 성과가 실적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안착하는지가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한데, 최근 흐름은 해외 매출과 수출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R&D는 비용처럼 보이지만, 허가·처방·수출로 연결되는 투자 회수 구간이 오고 정부 기조도 신약에 방점을 둔 만큼 향후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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