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증원보다 의과대학 '교육 등 환경 구축' 선행
정부 의대 증원 확정 발표…교수들 "근거·소통 부족하고 현장은 반감"
2026.02.13 06:09 댓글쓰기

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의대 현장에서는 증원 정책의 방향 자체보다 추진 과정의 준비와 정책 설계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육 여건 검증과 정책 근거 공개, 대학별 수용 능력 반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 확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공개질의서 통해 정부 의대 정원 배정 기준 변경 과정 등 근거 공개 요구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1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정부 의대 정원 배정 기준 변경 과정에 대한 근거 공개를 요구했다.


의대교수협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원 50명 미만 국립 의대 증원 상한'이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된 경위와 근거 자료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대교수협은 "의대 정원 논의 신뢰는 동일한 기준과 투명한 근거 위에서만 성립한다"며 "증원 상한이 언제, 어떤 절차를 통해 변경됐는지 명확히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준 변경이 보고 사항인지 의결 사항인지, 표결이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회의 자료와 결정 근거를 공식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원 상한 상향을 정당화한 교육 수용 능력 검증 자료 공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대교수협은 "법정 기준 충족 여부와 실제 교육·수련 운영 가능 여부는 구분돼야 한다"며 "교원 구성, 임상실습 수용 능력, 시설·실습 슬롯, 수련병원과 지도전문의 확보 상황 등에 대한 현장 검증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원 기준 변경이 실제 학생 규모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보 공개도 요구됐다. 의대교수협은 "100% 상한이 적용되는 대학 목록과 적용 시 추가 학생 규모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초안과 최종 배분안이 혼재될 경우 국민과 대학 현장 모두 정책 기준을 혼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질의는 특정 수치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정책 결정 기준 형성과 변경 과정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라며 "정원 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수련 수용 능력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의대교수협은 지난 10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2027학년도 의대 교육 여건이 증원이 없더라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대교수협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이뤄지는 32개 의대의 2024·2025학번 휴학생은 약 1495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의대교수협은 이들 휴학생이 향후 순차적으로 복귀할 경우 기존 정원 기준만으로도 교육 여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대교수협은 "2027학년도 재학생 수는 더 이상 증원을 하지 않더라도 보정심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은 최대 증원 비율을 넘어 이미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교원, 유급 학생, 시설 여건 등을 고려하면 교육환경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수 인력구조 역시 문제로 제시됐다. 의대교수협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임교수 증원 수치 상당수가 기존 기금교수나 임상교수 직급 전환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지방 의대 교수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실제 교육 인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현 실정을 공개했다.


획일적 증원 상한선…교수들 "교육 현실과 괴리"


현장 교수들 사이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 자체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지방 사립의대 A 교수는 "의사 인력 확충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준과 근거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정책 방향보다 절차에 대한 불신이 먼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 현장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료 공개와 논의가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 현장에서는 '왜 해야 하는지'보다 ‘왜 일방적으로 결정됐는지'에 대한 거부감이 먼저 형성된다"며 "정책 방향 자체보다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인프라 확충 문제 역시 정책 추진 순서와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다. A 교수는 "강의실과 실습 시설, 교수 인력 확충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증원 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별 정원 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학 유형과 규모를 기준으로 증원 상한선을 설정해 정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가령 국립의대는 2024학년도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정원 50명 이상 대학은 최대 30%까지 증원을 허용하고,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국립대에는 권역 내 의료인력 양성을 이유로 증원 상한을 10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사립대 의대는 정원 50명 이상 대학의 증원 상한을 20%,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는 30%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률적 기준이 대학별 교육 여건과 수용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사립의대 학장을 맡고 있는 B 교수는 "대학은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정원 배정 과정에서는 대학별 교육 여건과 수용 능력이 보다 정밀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증원 상한을 적용하는 방식은 교육 질 관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인프라와 임상 수련 환경이 충분히 갖춰진 대학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정원을 배정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수치 기준이 아니라 실제 교육 여건을 중심으로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대 내부에서도 더블링 구조와 교수 인력, 시설 부담이 누적되면서 정원 확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 국립의대 C교수는 "더블링 구조와 교육 인프라 부담이 이미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 증원이 논의될 경우 강의와 실습 운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정원 확대 여부보다 대학별 교육 여건과 교수 인력 상황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장 검증 없이 정원 배정이 이뤄질 경우 교육 부담은 특정 대학 유형을 넘어 전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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