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를 둘러싼 국내 연령 기준과 규제체계가 의료 현장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약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달리 임상 근거를 토대로 한 기준 설정과 사후 관리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와 학계 목소리가 국회 토론회에서 이어졌다.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비만학회가 공동 주최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제한적인 국내 처방 환경 및 개선 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진단 기준이 달라지고, 학령기부터 고혈압·이상지질혈증·지방간·당뇨병 전(前) 단계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 우려가 크다.
중증 단계로 갈수록 합병증 위험이 높고, 해외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소아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발제를 맡은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런 상황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에서 약물 선택지가 제한적인 현실을 짚었다.
그는 경구약과 주사제 등 다양한 약제가 존재하지만 효과와 부작용, 투여 방식, 비용 부담 등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제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은 복합제나 펜터민·토피라메이트 같은 약들이 있고, 공식적으로 쓰이지 않다 보니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근거에 따라 12세 이상부터 허가된 약제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약제별 허가 연령과 규제가 달라 선택지가 더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면 허가도 전면 금지도 아닌 방식으로 위험도가 높은 일부 소아청소년에 대해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준과 규제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욕억제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사후관리 중심의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기간 수집된 처방 데이터를 토대로 오남용 조치 기준을 벗어난 사례를 선별한 뒤 의료진 소명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소아청소년 대상 처방약, 규제 적고 소명만 되면 문제 없는 상황"
정현철 식약처 마약정책과장은 이 제도가 소아·청소년 의료적 처방 자체를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실 소아청소년 대상 처방약은 그렇게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소명만 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을 벗어난 처방이 나오면 소명 기회를 주고, 그 의견을 비만학회·내분비학회·가정의학회 등 전문가위원회에서 검토한다”며 “공무원이 아니라 전문가 눈에 타당하면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오남용 조치 기준을 벗어난 처방이 포착된 의료진이 5000명 정도에서 출발해도 마지막에 행정처분까지 가는 건 10명 안팎”이라며 “2022년 이후 식욕억제제 연령 금기와 관련해 행정처분까지 간 사례는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식약처가 막고 싶은 건 의료적으로 꼭 필요한 처방이 아니라 공장형으로 처방전을 찍어내고 또 조제해 주는 그런 곳들”이라고 강조했다.
"연령 기준, 근거 중심 재검토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조혜영 한국약제학회 회장(차의과대 약학대학 교수)은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 규제 논의는 인식의 문제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펜터민 단독제와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의 차이를 짚으며 “펜터민 단독제는 16세 기준인데, 오히려 향정신성 성분 함량이 더 낮은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가 12세부터 못 쓰게 돼 있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존성과 관련해서 “펜터민 단독을 대상으로 한 성인 임상에서도 의존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고, 복합제는 그보다 낮은 용량이기 때문에 의존성 가능성은 굉장히 저조하다”고 밝혔다.
그는 “복합제는 2022년 FDA에서 유효성을 인정받아 허가됐고, 대신 정신신경계 이상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과 장기 추적 관찰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전제로 사후 모니터링이나 조건부 연구를 병행하면서 연령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정책적 선택지”라고 제언했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처럼 임상 연구 근거가 충분한 약물은 연령 기준을 일부 낮춰 활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오히려 임상 근거가 부족한 펜터민 단독제는 유럽에서는 금지된 약물인 만큼 소아청소년 영역에서는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마다 약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며 “식약처가 장기 모니터링을 전제로 처방을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축적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명지병원 내분비내과)는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임상 데이터 축적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영역인 만큼 해외 사용 경험과 과학적 근거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2형 당뇨병 치료제 중 소아청소년 적응증을 가진 약은 드물고, 위고비 소아청소년 적응증 확대 과정에서도 해외 역시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일부 국가는 위고비 같은 약제를 검증된 센터에서만 처방토록 관리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사용 제한보다는 처방 권한과 사후 모니터링을 결합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인 비만 치료제는 제도 설계 없이 보편화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은 보다 구체적인 제도와 의무 사항을 통해 적정한 타깃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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