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 전(前) 시간대 소아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새벽별 어린이병원 지원 제도'를 두고,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와 정부의 지적이 나왔다.
인력 부족과 운영 부담 속에서 현장 소진을 막기 위한 중장기 지원과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조건부 찬성…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현장만 소진"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박정현·서미화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린이병원 지원 확대방안 모색 국회 간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부산 사하구에서 조례로 지정된 ‘새벽별 어린이병원 지원 제도’를 중심으로 제도 취지와 한계,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새벽별 어린이병원 지원 제도는 출근 전 시간대인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발생하는 소아 진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대부분의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가 오전 이후 시작되면서, 이른 시간 아이가 아플 경우 보호자는 병원 개원을 기다리거나 응급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맞벌이 가구 증가 속에서 출근 전 시간대 진료 공백은 제도 도입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기존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야간·휴일 경증 소아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반면, 출근 전 시간대 외래 진료는 제도적 지원 범위 밖에 놓여 있다.
새벽별 어린이병원 지원 제도는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 이른 시간대 소아 외래 진료에 대한 공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 단년도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와 의료기관 모두 참여에 한계를 느끼는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강현식 부산 사하구의회 의원은 "의료기관들이 제도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에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출근 전 소아 진료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 체계와 함께 진료인력뿐 아니라 간호·행정 인력까지 포함한 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정부 차원을 넘어 응급의료법 개정 등을 통한 국가 책임과 재정 지원, 의료수가 적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새벽별 어린이병원은 주민 요구에서 출발한 지역 정책 실험이지만 이를 국회와 정부 차원 제도 개선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소아청소년병원 동일 역할은 불가능, 지역별 선택과 집중 필요"
이에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출근 전 소아 진료 공백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며 “출근 전 시간대에 소아 진료 공백이 존재한다는 문제 의식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른 아침 아이 발열·복통·구토는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시간대 보호자들이 응급실을 찾게 되는 현실은 개인 판단 실패가 아니라 의료 전달체계가 비워둔 시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제도 설계와 관련해 “이미 장시간 근무, 원가 이하 진료수가, 인력 부족 속 당직·야간·휴일 진료, 민원과 법적 위험 상시 노출이라는 조건 속에서 한계에 가까운 상태로 버티고 있다”며 “이 제도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 입장이지만, 핵심은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가 누구의 체력을 소모해 유지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단년도 시범사업 구조와 기존 인력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며 “최소 3~5년 이상 중기적인 지속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고, 출근 전 및 새벽 시간대 소아 진료 수가와 보상 문제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역시 "새벽·야간 소아진료가 단순 외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심야 시간대 오는 아이들의 약 87%는 검사나 수액 치료, 입원이 필요한 경우였다"며 "의사 한 명과 간호조무사 한 명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간호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행정 인력까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차 소아청소년병원은 취약 시간대 아이가 중증인지, 상급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다음 날 의원급으로 가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 기능은 야간이나 새벽 같은 시간대에 더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새벽별 어린이병원 제도 설계와 관련해 정성관 이사장은 "모든 병원이 똑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고, 지역별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의사 수가 충분한 병원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법, 약국 운영, 119 연계 문제까지 함께 풀리지 않으면 소아청소년병원은 사실상 응급의료 역할을 하면서도 응급실에 준하는 제도적 보호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제도든 결국 의료진이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과 전문의 부족 속 지역 간 인력 경쟁…국가 차원 제도 개선 필요"
조영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이날 토론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와 관련해 "국정과제 안에 소아응급의료 체계 개선이라는 과제가 있고, 그 안에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는 부분과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는 부분이 중요한 인프라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법 개정안가 발의되고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여러 예산이나 제도적 개선 지점이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복지부도 여러 이해관계자분들과 함께 정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력 구조 문제와 관련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배출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을 놓고 지역 간, 의료기관 간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어떤 지자체에서 지원책을 내놓으면 그쪽으로 인력이 이동하면서 다른 지역에는 의료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이 어떤 한 지자체 차원의 논의만으로는 적절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큰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응급의료 통계상 야간 외래 진료 인원은 전체의 약 5% 수준"이라며 "야간·심야·새벽 진료를 모두 유지하는 구조를 동시에 가져가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조 사무관은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 중 97개 시군구에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설치돼 있고, 의료 취약지나 인구 수가 적은 지역에는 달빛어린이병원조차 없는 곳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벽별 어린이병원이 지역 편중화나 집중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지역 의회와 시민사회에서 제기해 주신 의견을 굉장히 깊이 있게, 무게감 있게 바라보고 있다”며 “의료 쏠림이나 불균형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현재 달빛어린이병원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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