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환자 항응고제 중단 후 사망…병원 2억 배상
서울중앙지법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지적…“48시간 기준 크게 초과”
2026.03.24 06:28 댓글쓰기

항응고제를 복용해 오던 환자가 수술을 이유로 약물 투여를 장기간 중단한 뒤 뇌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 측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항응고제 중단 기간이 기준을 크게 초과했음에도 적절한 재투여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이유빈)은 최근 해당 사건에서 병원 책임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유족에게 약 2억117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지난 2022년 7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을 호소하며 입원했다. A씨는 당시 고혈압과 심방세동, 심부전으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었고, 의료진은 수술을 위해 약물 중단을 지시했다.


다음 날 순환기내과 협진이 의뢰됐고, 며칠 후 수술일이 잡혔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전 혈압 상승과 두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했고, 수술 당일 새벽 구토와 의식 저하 상태로 발견됐다. 


검사결과 뇌 기저동맥 폐색에 따른 급성 뇌경색이 확인됐고,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이 시행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2025년 5월 사망했다. 


A씨 유족 측은 항응고제 관리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약 4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항응고제 중단 시간 관리 자체를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봤다. 


재판부는 “A씨의 항응고제 복용 중단 시간은 약 120시간에 이른다”며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항응고제 복용 중단 시간은 최대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수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먼저 중단한 점, 협진 없이 중단이 시작된 점, 이미 중단 시간이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재투여하지 않은 점 등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봤다.


재판부는 특히 “이미 복용 중단 시간이 상당히 초과된 상태였다면 수술 일정과 무관하게 다시 복용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진 과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순환기내과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반영한 판단 없이 일반적인 권고 사항만 회신하는 데 그쳤다”고 판시했다.


사고 이후 추가 작성된 경과기록은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기록이 의료사고 이후 병원에 유리한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항응고제 장기 중단으로 혈전이 발생했고, 그 결과 뇌 기저동맥 폐색과 급성 뇌경색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렀다며 의료진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다만 환자의 기저질환 등 기존 건강 상태를 고려해 병원의 책임은 전체 손해액의 6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약 2억1178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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