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글로벌 의료·IT 융합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 대상 침습형 BCI 칩 이식 수술이 성공한 데 이어 중국도 임상시험에 성공하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BC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경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美 뉴럴링크, 세계 첫 침습형 BCI 임상 성공…AI 융합 시도

현재 BCI 기술은 중국과 미국에서 앞서고 있다.

미국 뉴럴링크는 이미 2024년 세계 최초로 인간 대상 침습형 BCI 칩 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바 있다.

뉴럴링크는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로 임상시험 확대에 돌입한 상태로,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하에 총 5명의 환자 중 3명이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게임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침습형 BCI 칩은 동전 크기의 소형 장치에 수백 가닥의 초미세 전극이 부착돼 뇌 운동피질에 삽입된다. 이 전극들은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석하며, 초정밀 수술용 로봇이 전극 삽입을 자동화한다.

뉴럴링크는 장기적으로 뇌질환 치료를 넘어 AI와 인간 뇌를 직접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 CEBSIT·푸단대, 세계 최소형 무선 BCI 칩 이식 성공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과학원 뇌과학지능기술우수센터(CEBSIT)와 푸단대, 화산병원은 고압 전기 사고로 팔다리를 모두 잃은 환자에게 BCI 칩을 이식 후 긍정적인 임상 시험 결과를 얻었다.

앞서 CEBSIT는 지난 3월 최소침습 수술을 통해 해당 환자에게 무선 침습성 BCI 칩을 이식한 바 있다. 환자는 수술 후 2~3주간 훈련 후 전자 기기를 제어하고 레이싱 게임, 체스 및 기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CEBSIT가 개발한 이 칩은 직경 26mm, 두께 6mm 미만의 소형 크기로 머리카락 굵기 1% 수준 초미세 전극을 탑재해 고밀도의 신경 신호를 안정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환자가 로봇 팔을 사용해 물컵을 드는 등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로봇개와 지능형 로봇 등 복잡한 주변 장치를 제어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분석해 컴퓨터, 로봇, 보조기기 등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주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 신경 재활, 장애인 보조기기 등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BCI 기술은 구현 방식에 따라 비침습형과 침습형으로 나뉜다. 비침습형은 두피 표면에서 EEG(뇌파)를 측정해 비교적 안전하고 접근성이 높지만, 신호의 정밀도와 반응 속도에 한계가 있다.

침습형은 뇌 내부에 전극을 삽입해 고정밀 신호를 확보할 수 있으나 감염·출혈 등 수술적 위험이 수반된다.

한국, 의료기기형 BCI 상용화 선점…침습형 초기 개발 착수

한국에서도 BCI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 기업인 와이브레인(Ybrain)은 비침습형 BCI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 치료용 전자약 ‘마인드스팀(MindStim)’과 뇌파 진단기기 ‘마인드스캔(MindScan)’을 개발해 식약처 인증을 획득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임상적 활용도 진행 중이며,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BCI 국제 표준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제 표준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브레인(Z-brain)은 침습형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두개골 내부 임플란트 삽입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초기 시제품 단계로 안전성 검증 및 인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며, 신경재활·사지마비 환자 응용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한국 역시 실용적 의료기기형 BCI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침습형 기술 연구 및 임상 적용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을 필두로 국내 BCI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ISO/IEC JTC 1/SC 43(뇌컴퓨터인터페이스 국제기술위원회) 제6차 총회에서 한태화 교수(세브란스병원)와 이기원 대표(와이브레인)가 제안한 신규 표준 개발 항목들이 참가국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BC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주도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