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H는 최근 자국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러시아·이란·북한·쿠바·베네수엘라·마카오 등 5개국 소속 연구자들에게 유전체 등 21개 생의학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차단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정부 연구자들의 지식재산권과 안보 보호를 위한 사전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접근 제한 국가에서 한국 제외…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속도

한국은 이번 조치의 제한 국가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기관 및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NIH가 운영하는 각종 생의학 데이터에 기존과 동일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오히려 NIH와 쌓아온 신뢰 기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

현재 정부는 국내적으로는 국가바이오위원회를 꾸렸으며 글로벌 확장과 관련해선 과기부, 복지부 공동으로 첨단바이오 한-미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보스턴은 지역 대학 병원들이 NIH를 통해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고, 바이오 기업들도 미국 전체 제약․바이오 회사 IPO 상장 비중의 32%를 차지하는 등 최상위 제약·바이오 생태계 중심지다.

이에 한국은 과거부터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미국 NIH를 포함한 보스턴 선도 연구기관, 기업들 간의 글로벌 공동연구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공을 들여왔다.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2023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했던 윤석열 전(前) 대통령이 같은 해 6월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 회의에서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NIH를 비롯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가진 노하우와 연구역량에 국내 기관 임상 데이터와 인재를 결합해 데이터 기반 융합연구, 디지털바이오 협력 확대, 의사 과학자 양성 등에 나서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가장 최근까지 진행 상황은 세계 최고 R&D(연구·개발) 성과를 목표로 신규과제 17개가 선정됐다.

과기부와 보건복지부는 '보스턴 코리아 공동연구개발 사업단'을 구성해 △합성생물학 △감염병백신·치료 △유전자·세포치료 △디지털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등 총 4개 분야에서 국가전략기술확보형 과제 4개, 자유공모형 과제 13개로 총 17개를 선정했다.

서울대·전남대 등 NIH·보스턴 협력···병원·제약사 반사이익 기대감

NIH와 공동연구와 더불어 보스턴 프로젝트는 2023년 추진 이래 최근까지도 사업 대상자 선정을 이어가고 있다. 각 연구별로 구체적으로 모든 참여 병원, 기관, 기업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된 곳 중에선 서울대병원이 인디애나대학교와 협력해 NIH의 지원을 받는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전남대병원도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로 순환기내과 안영근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심장 섬유화 치료를 위한 섬유아세포 표현형 조절제 및 RNA 약제 개발’ 주제로 연구 중이다.

이 외에도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경우도 구체적인 상세한 연구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NIH와 다수의 임상시험 및 공동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이미 2021년 보스턴 생태계에 한국 기업 및 병원 진출, 협력을 돕기 위해 지사를 개소했고, 2023년부터는 NIH의 글로벌 연구과제 플랫폼 ‘World RePORT’에 한국의 보건의료 R&D 과제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이 고도화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 중 대웅제약, LG 화학 등 보스턴 진출 제약 기업도 KHDI를 통한 협력 등이 이뤄지고 있고 미국 보스턴 내 규제기관 신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0년 당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 임상 과정에서 NIH 미팅을 진행하는 등 연구를 고도화 하는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NIH 조치에서 한국 병원, 기업들은 기술력 및 연구 투명성 측면에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위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다만 NIH 이번 결정은 단순 규제 차원이 아닌 생명과학 분야 글로벌 파트너십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협력 확대 및 인프라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임상시험 국가로 글로벌 임상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데이터 접근 제한 국가에서 제외된 점은 향후 미국과의 바이오 연구 협력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