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이후 처음 열리는 임시 대의원총회가 오늘(26일) 저녁 예정된 가운데, 전공의 단체의 향후 진로가 주목된다. 

복귀를 둘러싼 내부 견해차가 잠재된 상황에서 새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조직 차원의 협상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전공의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의견이 갈라질 경우 전공의 사회는 어떤 형태로 재편될지도 관심사다.

대전협은 지난 24일 박 위원장의 사퇴 직후 회칙에 따라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을 공지하고, 26일 오후 9시 온라인 회의를 시작으로 28일 오프라인 총회를 통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인할 예정이다. 

총회 소집을 주도한 쪽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4개 병원의 전공의 비대위로, 이들은 박 위원장의 비효율적 소통과 독단적 운영을 문제 삼으며 복귀 논의에 실질적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총회의 핵심 의제는 새 지도부 선출 여부와 그 구성 방식이다. 박 위원장 체제 이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인선이 가능한지, 복귀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조율할 수 있을지가 조직력 복원의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 주요 병원을 중심으로 제기된 ‘조건부 복귀’ 구상이 공식 입장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앞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복귀의 전제로 ▲윤석열 정부 시기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에서 의사 비율 확대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제시하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정부와의 직접 대화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구성에도 참여할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복귀를 둘러싼 시각차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내세운 복귀 조건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여전히 '지금은 협상의 시점이 아니'라는 강경 기조를 고수하는 목소리도 남아 있다. 

사직자와 복귀 희망자, 수도권과 지방 간 온도 차가 존재하는 만큼 새 지도부가 단일한 입장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서울 소재 병원 중심으로 복귀 논의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국 단위의 합의로 끌어올리려면 복귀 희망자뿐 아니라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가진 전공의들까지 설득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지도부가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면 새 비대위는 설득력을 얻는 방식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접점을 조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수련 연속성 보장이나 복귀 조건 등 전공의들이 제시한 요구에 대해 명확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 이후 원칙 대응을 고수해 온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도 의대 학사 유연화와 전공의 특례 적용 모두에 선을 긋고 있으며, 복지부도 수련 보전 대책과 관련한 실무 협의 채널을 별도로 열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 지도부 구성 논의 자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빅3 소속 전공의 대표들이 조건부 복귀 입장을 밝혔다"며 "기나긴 의정 갈등이 해결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까지 전공의들 사이에서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가 형성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억눌려졌던 건강하고 균형적인 생각들이 더 많이 반영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언급하며 새 흐름에 힘을 실었다.

전공의 복귀의 실질적 마지노선은 오는 7월로 꼽힌다. 통상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7~8월께 이뤄지며, 실제 수련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늦어도 7월 중 협상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 단체가 이번 총회에서 최소한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할 경우 복귀 논의 자체가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총회 결과가 전공의 단체의 향후 대응 방향과 복귀 논의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