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에 의존해 24시간 밀착 케어가 필요한 중증 소아환자를 단기간 돌봐주는 시설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일상을 포기했던 중증 소아환자 부모들이 잠시나마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들 부모의 숙원을 풀어준 곳은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이다. 소아환자 지원사업에 진심인 넥슨재단 도움을 받아 병원 인근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를 개소했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중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에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는 이들 소아환자를 위한 전문 단기 돌봄의료시설이 전무했다. 때문에 기계에 의존하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가족은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잠시의 쉼도 없이 24시간 의료 돌봄을 해야 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단 하루라도 아픈 아이를 맡기고 정신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며칠만이라도 환자를 맡아 안전하게 돌봄으로써 가족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나아가 환자에 대한 돌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았다.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는 넥슨재단 기부금 100억원, 보건복지부 국고지원금 25억원 등 총 125억원의 지원을 받아 약 5년 만에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16개 단기입원 병상에 치료실 휴식공간 등 마련

‘도토리하우스’라는 별칭이 붙은 이 센터는 서울대병원 인근 종로구 원남동에 연면적 997㎡( 302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센터 내에는 총 16병상의 중증소아 단기입원 병상뿐만 아니라 놀이치료실, 상담실 등 환자와  가족들의 치료와 휴식을 지원하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이용 대상은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 어려움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 필요 ▲급성기 질환 없는 안정 상태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환자 중 사전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은 환자에 한해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입원은 1회 7박 8일 이내, 연간 총 20박 21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이 센터에는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중증 소아총소년 환자에 대한 전문지식과 술기를 충분히 갖춘 간호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넥슨재단 김정욱 이사장은 “오랜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후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센터를 통해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인적 치료와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공공의료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아 희귀질환 치료에 세계적인 임상연구 인프라를 보유한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전국 희귀질환 진단·치료 네트워크 중추로서 환아와 가족의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는 중이다. 

2017년 한국형 미진단 질환 프로그램(UDP)을 착수한 이래 254가지 유전질환을 진단하는 첨단 게놈 진단 플랫폼 구축 등 서울대어린이병원 성과는 최근 ‘네이처’에도 소개된 바 있다.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 일문일답

- 어떤 환자들이 입원하나

개소 첫 날 5명의 환자가 입원했다. 태어날 때 저산소성 뇌손상을 받은 아이도 있고 다른 질환 투병 중 뇌출혈 및 손상을 입은 아이도 있다. 서울대병원에 다니던 환자가 3명이고, 나머지 2명은 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다. 

- 이용 대상자 선별 기준은

도토리하우스 이용 대상은 만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 경장영양, 자가도뇨 등이 필요한 경우다. 만약 대기가 길어질 경우 의학적 중증도와 함께 아이를 함께 돌봐줄 다른 가족이 있는지 여부 등 평가도구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공급 대비 수요가 폭발적일 것 같다

총 16병상인 만큼 모든 환자가 20박씩 꽉 채워서 이용할 경우 연간 234명, 14박씩 사용할 경우 334명이 이용 가능하다. 초기에는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맡기는데 용기를 내야 하는 만큼 아주 모자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 아닌가

서울대병원은 적자가 나더라도 미충족 의료영역을 보듬어야 한다. 수가는 돌봄에 대한 비용 일부가 보전된다. 물론 독립 건물을 사용하고 가족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때문에 수가만으로는 부족하다. 넥슨을 포함한 여러 기부자들 후원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 기부금 125억원, 어떻게 사용됐나

넥슨 기부금 1000억, 보건복지부 국고 지원 25억원에 더해 여러 기부자들이 소액부터 고액까지 다양하게 마음을 모아 주고 있다. 당연히 가장 큰 부분은 부지 매입과 건축 비용으로 사용됐고, 의료장비 비용도 상당했다. 이후에는 프로그램 재료비 등을 위한 운영비로 사용된다.

- 연간 운영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대략 연간 35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다만 이는는 향후 운영방식 등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부분은 수가와 사후보상을 통해 유지되고, 의료 이 외의 프로그램 비용 등은 기부금 재원으로 활용 예정이다. 

-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충원에 고충은 없었나

이 아이들과 가족의 필요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라면 참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소아청소년과 의국 출신 선후배들에게 메일을 보내 도토리하우스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부탁했다. 다행히 여러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충원에 어려움은 없었다.

- 병원 내 개소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물품 등의 수급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 대응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응급상황에 대해서는 어린이병원으로의 이송을 도와 줄 앰뷸런스가 상시 대기하고 있고, 센터 의료진이 여러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