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탑재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13개 위성 모두 우주에 사출됐다.

특히 이번 누리호에는 국내 우주 의약기업 스페이스린텍의 우주바이오 전용 큐브위성이 탑재돼 우주에서 면역항암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인데, 우주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4번째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발사를 통해 누리호는 13기의 실용·연구용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 

배달된 위성은 우주환경 감시, 통신·관측 기술 검증은 물론 의약품·바이오 연구까지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스페이스린텍·우주로테크·코스모웍스·쿼터니언·한컴인스페이스 등 5곳 기업이 총 6기 큐브위성을 실었는데, 이 중 스페이스린텍의 '위성 비천(BEE-1000)'은 국내 최초 우주바이오 전용 큐브위성이다.

BEE-1000 위성은 6U(유닛) 크기 위성으로 우주에서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 성분 단백질 결정화 실증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미세중력 환경은 대류나 침전을 억제해 균질한 단백질 결정 성장에 유리한 만큼 항암치료제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 전환에 필요한 시료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위성의 자동화 실험 및 모니터링 공정을 통해 지상 대비 시간 및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우주제조 상용모델 실현 가능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바이오기업 연구 자산이 우주 실험실로 확장된 첫 사례로, 업계에서는 "스페이스린텍이 국내 우주 바이오 문을 연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령·앱티스·LG·입셀 등 제약·바이오 업계 관심 고조 '우주 바이오'

이번 발사 성공 우주 사업을 진행 중인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상위 제약사 중에서는 보령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보령은 2022년 4월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2023년 5월 액시엄 스페이스, MIT 우주연구기관 SEI와 함께 'HIS(Humans In Space)' 프로그램을 출범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달과 주변 환경에서 생명과학 연구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금년 10월에는 달 착륙선과 달 탐사 차량을 활용해 우주의학 실험을 하는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우주 환경에서 의약품 보관·복용 안정성, 우주 의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우주 의료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으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류의 우주 장기 체류에 핵심적인 인프라와 우주의학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우주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LG그룹도 올해들어 우주 사업 도전에 나섰다. LG는 수혈용 인공혈액 개발사 아트블러드와 협업해 인공혈액을 우주에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ST 자회사인 앱티스는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K-헬스미래추진단이 주관한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되며 우주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페이스린텍과 인하대병원 항공우주의학센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하버드의과대학 등과 컨소시엄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업 입셀은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과 함께 우주에서 인체유래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기반으로 조혈모세포와 인공혈액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누리호 민간 참여 확대와 위성 실증이 본격화되면 우주바이오, 우주의학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한국이 우주 생명과학 표준과 규제 생태계에서도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